전 지구적 생명의 위기 앞에서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12장15절)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이 시작된 신형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4월6일 현재로 전 세계 162개국에 걸쳐 확진자가 128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가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번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급기야 '팬데믹’을 선언하여 지금의 상황이 전 지구적 생명의 위기임을 선포하였다. 이것은 코로나19가 어느 특정한 국가나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세계적 위기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각국 외신들은 한국의 코로나19의 대응방식에 있어서 폭넓은 검사,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의 모습을 보며 한국이 코로나19의 위협에 대처하는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작금의 일본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4월6일 현재, 일본에서는 새로운 확진사례가 추가되어 총 4,819명이 됐다. 이렇게 올림픽 연기 발표가 되자마자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올림픽 때문에 코로나19 방역과 차단에 소극적 자세로 국민들을 보호할 책무를 다하지 않은 아베 정부의 책임이다.
비록 아베 수상이 감염자 급증에 대비해서 중증환자 치료에 중점을 두고 의료제공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이러한 의료제공에는 장애인, 노숙인, 이주민과 같은 사회의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국적과 법률적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예방대책과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본인권이 보장되는 긴급보상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방법은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이 없는 공동체적 예방과 치료만이 유일한 길임을 확신한다. 유럽과 미국에서의 아시아인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나 사이타마(埼玉)시가 코로나19 예방용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조선학교를 제외하겠다고 한 사례는 비인간적이며 비인도적인 차별과 배제는 기본적 인권침해이고 이와 같은 불평등과 차별과 배제는 코로나19를 극복하기는 커녕 더욱 확산하게 한다.
우리는 전 지구적이고 초국적인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인간이 자연을 힘으로 정복하고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온 잘못을 회개한다. 생태계를 파괴하며 경제성장과 발전만을 추구했던 성장제일주의가 변종 바이러스를 낳았고 인류의 생명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우리는 과학만능주의, 물질우선주의, 경제성장주의 신화에서 벗어나 하나님으로부터 위임받은 창조질서의 조화와 공생을 위해 새 하늘과 새 땅을 일구는 청지기적 사명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세상으로부터 부름 받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는 더욱 세상으로 나아가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 고통속에서 생명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마음으로 공동체의 선을 세우는데 협력해야 하고 공적책임을 다해야 한다. 오늘의 코로나19 위기속에 교회는 공공의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성육신 하시고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으로 나아가 정의와 평화, 생명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로 감염되어 사망한 분들의 가족에게 하나님의 무한한 위로와 사랑이 함께 하며 확진자들도 하루빨리 건강이 회복되어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기도하며 의료현장에서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지금도 애쓰고 있는 관계자들의 희생과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한일(일한)재일의 민(民), 나아가 전 세계의 형제자매들과 오늘의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연대와 협력할 것을 천명한다.
2020년 4월 7일
화해와 평화를 구하는 한국ㆍ일본ㆍ재일 그리스도인 공동기도회
澤正幸(日本キリスト教会中会前議長)金仁果(在日大韓基督教会西南地方会長)朱文洪(西南韓国基督教会館理事長)木村公一(日本バプテスト連盟糸島聖書集会)黄南徳(東アジア平和センタ-・福岡 センタ-長)田宮裕介(日本バプテスト連盟福間キリスト教会)青柳行信(日本カトリック教会福岡教区信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