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팔-e뉴스 13호) 올 리브 올리브, All live, Olive

입력 : 2019-08-30 11:57:33 수정 : 2020-11-09 16:39:11

인쇄

<올 리브 올리브, All live, Olive>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이 곳에 있어요”

  

지도 위에서 사라진 땅 팔레스타인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은 고단하기 그지없다. 위즈단 가족의 일상은 고단하다. 올리브 농사를 지으며 고향 땅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마텔, 움딸 부부와 세 명의 아들을 모두 잃고 난민촌에서 70여 년을 살아가고 있는 무함마드 할아버지, 그리고 작은 평화를 위한 저항으로 친구들을 모두 잃은 청년 알리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도 땅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맥락을 설명하지 않고 민중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 영화 속 팔레스타인의 풍경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점령, 죽음이 일상이 되는 위태로운 공간 등 그간 뉴스에서 보아왔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거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민중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야 했던 1세대의 기억, 죽음의 위기에 이어 실업의 위기에까지 놓인 2세대의 현실, 작은 평화를 위한 저항이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3세대의 이야기까지, 이스라엘의 점령 이후 팔레스타인이 어떠한 상황에 놓였는지를 간접적으로 전해준다. 여성으로서, 어린이로서, 노동자로서, 가장으로서, 희생자들의 친구로서, 포로로서 겪는 아픔의 세세한 부분까지, 장벽, 죽음, 실업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보다 감동적인 부분은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간다는 건 분명 고통스럽지만, 내가 꿈꾸며 이루고 싶은 행복은 이곳에 있다”, “그럼에도, 삶은 아름답다”라며 삶을 긍정하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모습 그 자체이다. 전통과 관습에 매여 살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감옥에 간 남성들을 대신해 일을 하는 등 팔레스타인을 재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 온 세상에 불의가 근절되고 서로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아 진심을 다해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매체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진귀한 풍경들이다.

  

출처: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3932

 

감독 김태일은 살아남은 자들의 광주 5.18 이야기 <오월愛>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소수민족의 삶을 보여주었던 <웰랑 뜨레이>까지, 기록되지 않은 이들의 삶을 통해 세계사를 재구성하는 ‘민중의 세계사’ 프로젝트를 이어오고 있다. <올 리브 올리브>는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역사는 기록된 것만 남는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절대 역사에 담길 수 없다. 기록되지 않고 증언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시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다른 시선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도 삶을 끈질기게 일궈 나가는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담아낸 <올 리브 올리브> 또한 이름 없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