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팔-e뉴스 6호) 제1회 한-팔 양국교회협의회 참가기 (2부)

입력 : 2018-06-29 12:06:51 수정 : 2019-10-31 17:21:19

인쇄


제1
회 한-팔 양국교회협의회 참가기(2)

작성: 최수산나


셋째 날
(JAI만남-여리고-Kairos Palestine만남)


JAI(Joint Advocacy Initiative)
는 팔레스타인 동예루살렘YMCA/YWCA에서 설립한 단체로,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벳자훌(Beit Sahour)에 위치해있다. 올리브트리캠페인, 청소년지도력 강화 및 교류 프로그램, 지역 단체들과의 협력과 국제 옹호 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는, JAI의 니달(Nidal) 사무총장을 만났다. JAI는 교육을 통한 참여 및 적극적 활동과 연대를 통해 영향력 있는 결정자로 성장하도록 도우며,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 점령 종식과 정의로운 평화를 목적으로 한다. 특별히 학교교육이 쉽지 않은 팔레스타인 십대 청소년들의 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제 활동으로 올리브 트리 캠페인(Keep Hope Alive)을 진행하여 2월 식수와 10월 채집에 참여를 요청 조직한다. 올리브 트리는 수령이 5천년 이상 된 나무가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데,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에게는 평화와 생명의 신성한 나무이다. 물 없이도 잘 자라는 올리브 트리는 이스라엘의 상수 공급 억제책 속에서 가난한 농부들에게 수확을 담보해주는 경제적 의미가 있다. 이에 더해, 국제 연대를 통해 나무가 심어진 공간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침범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땅을 지킴과 동시에,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삼림을 올리브 트리로 푸르게 가꾸어가는 의미를 지닌다. 참가자들은 직접 와서 심을 수도 있고 한 그루당 25불의 비용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으며, 매해 11,000-12,000그루의 나무들이 지원되고 있다. 사무실 벽에 캐나다와 남아프리카로부터 온 지지의 글이 걸려 있다.; 예언적 행동, 정의와 올바른 관계, 희생이 있는 연대(Costly Solidarity), ‘더 이상 얕은 기독교 외교는 없다’!
여리고는 인류 역사 상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를 가기 위해서는 90번 도로를 타야 하는데, 이 도로는 노란 번호판을 부착한 이스라엘 차량의 전용도로로, 흰색이나 초록색 번호판의 팔레스타인 차량은 다닐 수가 없다. 고속도로 길가에 당나귀를 타고 지나는 팔레스타인들을 만나는 것이 전혀 목가적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는 길에 들른 곳은, 요단 골짜기에 위치한 아름다운 꽃나무들과 정원이 매력적인 그리스 정교회 소속의 제라시모스(Gerassimos) 수도원이다. 제라시모스는 5세기 중엽 수도사인데 사자의 발에서 큰 가시를 뽑아주면서 사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수도원 정원에는 전설의 사자상이 있고, 안쪽 문으로 들어가면 덩치가 큰 닭들, 새들, 그리고 노령의 개가 인파에도 놀라지 않고 편히 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시 여리고로 향하는 길에는 해수면이 시작되는 곳(sea level)이 있다. 마이너스 해발로 달려가는 길이라 귀에 이명이 오고 기온도 따스해짐을 느낀다.
우리가 본 삭개오 나무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삭개오 나무와 다른 곳에 있고, 그리스 정교회가 관리하는 교회 정원 유리관 안에 박제된 나무였다. 교회들마다 주장하는 성경의 역사적 장소들이 다른데 그 중 하나인 셈이다. 예수가 40일간 금식 후 사탄의 시험을 받은 시험산(Mount of Temptation) 위에는 수도원이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998년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식당과 숍들을 운영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면 무너진 여리고성의 발굴터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스러져간 역사의 터 위에 만년의 역사를 가진 가장 오래된 도시라는 팻말이 시험산을 향해 서 있다.
요단강에 도착하니 하얀 옷을 입고 강가에서 세례를 재현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이곳저곳에서 각 교회들의 전통에 따른 의례와 찬양소리가 들린다. 강폭이 넓은 곳도 있지만, 우리가 방문한 곳은 겨우 5미터 남짓의 폭으로, 그 요단강을 건너가면(!) 요르단이다. 강 한 가운데 국경을 의미하는 줄이 늘어져 있을 뿐이다. 1948년 이스라엘과 아랍 간 전쟁에서 요르단은 여리고 지역을 차지하고, 요단강 서안지구와 여리고 주민들에게 요르단 시민권을 부여하였다. 1967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다시 점령권을 쥐었다가, 1994년 오슬로 협정에서 요단강 서안지구는 가장 먼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로 결정되었다. 여호수아가 정탐꾼 둘을 보냈던, 온화한 기후와 수량이 풍부한 기름진 땅 여리고는 침략과 점령의 긴 아픔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카이로스 팔레스타인(‘Kairos Palestine: A Moment of Truth’문서) 그룹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크리스마스교회(The Evangelical Lutheran Christmas Church)는 국제 센터와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는 꽤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함께 한 이들은 이 교회의 목사, 정교회 대주교, 리팟(Rifat), 유세프(Yusef)이다. 구성원들은 초교파적이며, 3명의 여성도 문서 작성에 함께 했다. 현재 총 15명의 구성원 중 여성은 6명이라고 한다. 2009년 작성된 이 문서는, 기독교 신학이 억눌린 자에 대한 사랑과 연대와 희망의 신학이자 평화와 평등의 외침임을 천명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이스라엘의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침략적 행위를 지원하는 기업에 대한 보이코트, 투자중단, 제재 캠페인(Boycott, Divestment, Sanction, BDS)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 문서는 단순한 문서(document)가 아닌 운동(movement)으로, 기독운동에서 이슬람 사회와 강한 연대를 이끌어낸 시민사회운동이자 국제운동으로 변화하면서, 팔레스타인 내부의 상생과 협력을 고양함과 더불어 국제 사회 지지와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20세기 초 팔레스타인 땅의 기독교인은 40만 명(12%)이었으나, 1948년 이스라엘 점령 이후 2013년 집계로 5만 명(2.2%)까지 감소하였다. 현재 1백만 명의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디아스포라로 살아가고 있다. 2천년 동안 이 곳에서 살아온 팔레스타인 기독교인의 존재는 서구 기독교에 의해 부정되고 왜곡되어 왔다. 2017년 공개서한(open letter)은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나타내준다. 이들은 한국 교회에게 호소한다. 수많은 한국 교회의 성지 순례가 이스라엘에 경도되지 않고 팔레스타인으로 발걸음을 옮겨주기를, 한국 교회와 신학적 협의를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관심과 연대가 팔레스타인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말이다.

넷째 날
(체크포인트-이 시대 십자가의 길-헤브론-NCCOP협의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지배 속에서 검문당하고 통제되어진다. 이스라엘 분리장벽 검문소(Checkpoint)는 단적인 예이다. 아침 5시 이른 시각에도 베들레헴의 8미터 높이 분리장벽 앞에는 출근과 등교를 위한 빠른 행렬과 아침 식사를 판매하는 상인들로 붐빈다. 체크포인트의 문은 매일 아침 2시간 이상의 기다림과 검문 후에도 열리지 않을 수 있고 통과가 거부되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하루 4,5시간을 체크포인트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팔레스타인에게 이미 일상의 삶은 없다. EAPPI는 이스라엘 군인이 문을 개방하는지 체크포인트에서 매일 감시하고 인권 침해 실태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일을 한다. 아침에 만난 4명의 EAPPI 동반자 중 한 명은, 문 개방을 확인하고 나오는 출구가 열리지 않아 철장 반대편에서 추위 속에 1시간을 홀로 기다려야 했다. 고속도로를 지나기 위해서는 체크포인트를 거쳐야 한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늘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위협적인 검문과 차량 탑승, 여권 제출, 짐 검사, 차량 하차, 결국엔 허가까지 긴 기다림과 격리의 상황을 겪게 되고, 팔레스타인 운전사는 탈의와 격리검문을 당하기도 한다. 이는 팔레스타인들에게는 모멸감과 자괴감을 각인하고, 그들과 동행하는 외국인에게는 팔레스타인 접촉에 대한 위협적 간접 경고를 주입하는 일이다. 2004년 유엔은 서안지구의 분리장벽이 국제법에 위배됨을 선언했지만, 이스라엘측은 점점 더 팔레스타인 안쪽으로 들어와 장벽을 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분리 정책 속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동의 자유를 빼앗긴 채 거대한 감옥 속에 갇혀 지내고 있다.
'이 시대 십자가의 길(Contemporary Way of Cross)’은 예수의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을 현재 팔레스타인의 고난의 상황에서 재해석한 전례 여정이다. 에큐메니컬 해방신학센터 사빌(Sabeel, ‘, 혹은 생명의 물을 주는 샘이라는 뜻) 소속의 오마르(Omar)가 설명자로 동행하였다. 각 처소에서 팔레스타인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성서구절을 묵상하고 기도한다. 1처는 19484천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소거된 생 조지 마을이었다. 대재앙(Nakba) 이후 마을 전체가 파괴되고 공동체가 무너져 난민이 대거 발생한 곳들이 팔레스타인에 530개가 넘는다. 다른 곳과 달리 이 마을의 형태가 보존되어 있는 이유는, 마을의 유산적 가치 보존과 함께 외부에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1처에서는 시편 691-3절을 읽는다. 19676일 전쟁 동안, 이스라엘은 요르단의 서안지구와 이집트의 가자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의 종속적인 지배를 강화하였다. 2,3처는 이스라엘 정착촌에 땅을 빼앗긴 동예루살렘의 샤팟(Shafat) 난민촌이었다. 팔레스타인 난민촌과 이스라엘 정착촌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체 상수 중 팔레스타인에는 15%의 물만 공급하는 이스라엘 억제책으로 팔레스타인의 집들은 모두 커다란 물통들과 태양열 에너지판을 옥상에 빼곡히 얹고 산다. 정착촌과 난민촌 경계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과 자유를 꿈꾼다는 팔레스타인들의 기도를 드린다. 가족의 만남(4), 연대(5), 정착촌(6)을 설명으로 대신하고, 2년 전 철거 가옥의 현장인 제7처에 들렀다. 예고 없이 혹은 응징의 의미로 철거되는 집은 60%에 달하며, 예루살렘에서만도 4천 개의 학급이 없어지고 많은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이라고 한다. 철거 현장 사진 속에는 현대 기업의 포크레인이 거침없이 일하고 있다. 이후 장소는, 여성들의 활동(8), 체크포인트(9), 어린이 수감자(10), (11), 장벽(12), 예루살렘(13), 희망 부재 속에서의 희망(14)이다. 사빌(Sabeel)이 발행한 팔레스타인 비아 돌로로사를 따른 전례 여정, 이시대의 십자가의 길책자는, 14(station)에 대한 설명, 묵상, 성서구절, 기도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해와 정의와 평화를 향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헤브론은 인구 50만의 서안지구 최대 도시이다. 성지순례자들에게는 아브라함과 사라의 무덤이 있는 모스크로 유명하며, 이곳에 유대교인과 모슬렘은 각기 분리된 예배당 입구를 사용하고 있다. 체크포인트를 지나면 철 자물쇠로 닫혀있는 가게 건물들이 늘어서있는 유령도시같은 마을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밀어내고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이 들어서는 과정이 지금도 진행 중인 곳이라, 두 주 전과 비교해 더욱 휑해진 모습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팔찌를 팔고 있는 한 무리의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우리를 쫓아오다가 팔레스타인 접근 금지가 된 곳에서 이스라엘 군인의 저지로 길을 되돌아섰다. 반대편에는 이스라엘 아이 하나가 자전거를 타며 군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분리 정책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분리를, 놀이에도 격리를 가르친다. 이 삭막한 마을에 크리스천 피스메이커를 운영하는 메노나이트의 할머니들이 팔레스타인 가게에서 밥을 먹으며 사라지는 상가를 지켜주는 운동을 한다고 한다. 우리 팀도 아브라함 무덤 교회 앞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팔레스타인 기념품 가게와 헤브론 시내의 유리 공방에서 소품을 구입한다. 평화의 마음으로!
팔레스타인기독인그룹(NCCOP)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만남은 2013WCC 부산 총회 이후 두 번째이고, 공식 협의로서는 처음 갖는 자리이다. 이홍정 총무(NCCK)의 한반도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신학적 성찰의 주제 발표에 이어, 팔레스타인의 악화되는 상황과 한반도 정상회담 소식 등 현재적 상황과 미래를 향한 과제 논의가 이어졌다. 현재 NCCK‘WCC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 세계기도주간운동을 지속하고, ‘팔레스타인 이뉴스를 한국교회에 배포하고 있다. 한국교회 측이 제안한 내용은, EAPPI 동반자 파송(1명 이상),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YMCA/YWCA연계), -팔 교회협의회 정례화(41), 신학 논의와 이슈 전개를 위한 한-팔 조인트 워킹 그룹(Joint Working Group) 조직, 팔레스타인 대안여행그룹(ATG, Alternative Tourism Group)과 협력하는 순례방문프로그램 조직 등이다. 팔레스타인 교회 측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지속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한국의 다수교회가 팔레스타인 상황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현재 진행하는 올리브 트리 캠페인,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며, 이스라엘 점령 지원 기업의 보이코트, 투자 중단, 제재 캠페인(Boycott, Divestment, Sanction, BDS)참여를 고려해줄 것을 제안했다. 팔레스타인 대재앙(Nakba) 70년의 현실은 참혹하다. 첫 걸음을 시작한 한국-팔레스타인 교회가 팔레스타인의 어두운 현실에 희망과 평화를, 한국 교회에는 고난 받는 이와 함께 하는 정의의 연대를 열어 주리라 기대해본다.


<한국교회 참가자와 Yusef Daher 국장>


<한국교회 대표단과 팔레스타인 기독인 그룹과의 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