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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종교와 노동
강진구 논설위원
중세 기독교적 사고에서 ‘노동’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결과였다. 에덴동산에서는 손만 뻗으면 나무에 달린 과일을 따 먹을 수 있었지만 금지된 과일에 손을 댄 죄로 평생 노동의 굴레를 져야 하는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네가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먹을 것을 먹으리니(창세기 3장 19절).’
노동을 신의 저주로 파악한 중세 노동관은 종교개혁과 더불어 변화를 맞이한다. 마르틴 루터가 노동을 신에게 봉사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설파하면서 신교도(프로테스탄트)들이 노동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장 칼뱅이 금전의 축적을 신의 축복을 나타내는 표시라고 주장하면서 ‘금욕적 노동’은 자본주의 보편적 윤리로 뿌리내렸다. 하지만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처럼 프로테스탄트 노동관이 한국에서는 일부 기독교세력의 잘못된 해석으로 교회의 노동착취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변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신도 4만명이 넘는 소망교회가 최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교회 시설·미화노동자들이 상습 체불에 항의해 노조를 설립하자 ‘인정할 수 없다’고 나온 것이다. 소망교회 논리는 총회 헌법 시행규칙상 교회직원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에 노동법이 적용돼선 안 된다는 완고한 논리는 사실 소망교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황교안 총리는 2012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 유치원 교사를 노동자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심히 부당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인도의 간디는 국가를 망하게 하는 7가지 죄로 ‘원칙 없는 정치’와 함께 ‘노동 없는 부’와 ‘희생 없는 종교’를 들면서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사티아그라하’(진실 어린 영혼의 헌신)를 제시했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다음달 3일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보호를 한국 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신학적 성찰과 함께 적극적인 사회적 실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연대가 한국판 사티아그라하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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