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숙인·자원봉사자 합창단 공연 관객으로 온 가족 얼굴 보며 "노숙인 꼬리표 떼겠다" 다짐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조선일보 김승재 기자 / 2014.03.17 03:01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 무대에는 합창단 '거리의 아빠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요와 민요, 동요 메들리, 가곡으로 이어지는 두 시간 동안 28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박수치고 환호했다. 공연이 끝난 후, 단원들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합창단원 정모(45)씨는 "이제 5년 만에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관객석을 바라봤다. 정씨는 이날 공연에 가족을 초청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노숙인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합창단 ‘거리의 아빠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어 280개 객석이 모두 찼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공
'거리의 아빠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산하 '홈리스대책위원회'가 노숙인 15명과 자원봉사자 20명을 모집해 만든 합창단이다. 위원회는 자활 의지를 가진 노숙인들이 합창과 창작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는 '노숙인창작음악제'를 올해 처음 시작하기로 하고 지난 1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연습하며 준비했다. 공연을 기획한 이규학 위원장은 "'노숙인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편견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합창 공연을 통해 자활 의지를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숙인 쉼터 여러 곳의 노숙인들을 설득했지만 처음엔 만만치 않았다. 이때 노숙인들의 '큰형' 격인 이모(61)씨가 나섰다. 그는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동료들을 설득했다.
'거리의 아빠들'이란 이름은 비(非)노숙인 단원인 아동문학가 노경실(여·56)씨가 제안했다. 봉사 지휘자로 참여한 조우현 명지전문대 실용음악과 외래교수는 이가 빠지고 입 냄새가 난다며 연신 입을 가리는 단원들에게 "가사, 박자 틀려도 되니 온 힘을 다해 부르라"고 용기를 줬다.
솔로 파트를 맡은 단원 김모(53)씨는 "12년 노숙생활을 하다 맞이한 지난 두 달간은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솔로 주인공처럼 노숙인 꼬리표를 떼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