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4대 종단 대표들의 기자회견이 5월 25일 11시 시청 성공회 대성당 프란시스 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대 종단을 대표해 개신교에선 본회 전병호 회장과 대한성공회 김근상 주교(서울교구장), 불교 보선 스님(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원불교 김현 교무(원불교 중앙교구장), 천주교 박정우 신부(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가 참석했다.
종단 대표들은 회견문을 통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모두가 동의하고 강 생태계를 살리고 보전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강 살리기 사업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이는 믿음을 가진 모든 이들의 순수한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본회 전병호 회장은 ‘경제적인 야욕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훼손되는 것은 창조질서에 대한 반역이며 신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하기보다 대화와 장기적인 연구 검토를 통해 지속가능한 개발이 이뤄지도록 정부의 4대강 개발 사업이 재검토되길 바란다 고 밝혔다.
김근상 주교도 ‘개발의 문제는 좀 더 숙고해서 어디가 순선지 무엇이 먼저인지 생각하고 진행하는 것이 절차’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은 자연대로 흘러가게 도와주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했다.
이 날 4개 종단 대표 기자회견은 천주교 환경연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의 사회로 기독교 환경운동연대 양재성 사무총장이 취지 및 경과 보고를 했고, 4대 종단의 공동 결의가 담긴 결의문을 불교 현각(천주교 환경연대 집해위원장) 스님 원불교 환경연대 공동대표 홍현두 교무가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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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선(善)한 것은 흐르는 강물입니다!”
불경 벽암록에 이르길 “천지(天地)가 모두 나와 한 뿌리요, 만물(萬物)이 모두 나와 한 몸이다.”라고 했습니다. 성경은 “강물이 성소(聖所)에서 나와 흘러 들어가는 곳마다 생물(生物)이 번창하고 생명(生命)이 살아났다”고 말함으로 강물이 생명 살림의 근원(根源)임을 가르칩니다. 원불교 정전에 “천치(天痴)요 하우자(下遇者)라도 천지 없이는 살지 못 할 것을 다 인증할 것이다. 없어서는 살지 못 할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또 어디 있으리요.”라고 말함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설파하였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옵니다. “가장 선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듯 오래전부터 생명이자 가장 큰 선(善)이었던 강이 고통스러워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 북한강, 남한강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강의 파괴가 바로 그 고통입니다. 우리는 강이 파헤쳐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강의 파헤침은 단순히 그 강에 살아가던 동ㆍ식물들의 죽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와 후손들이 살아갈 생명 터전에 대한 중차대한 위협입니다. 자연 생태계의 질서는 다양성과 조화로움 그리고 순환에 있고 그 순환에 따라 우리들은 강과 함께 수천, 수 만 년을 살아왔건만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그 생명 순환의 고리가 끊기고 있습니다.
강(江)은 이렇게 마구 파헤쳐질 존재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강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비와 이슬이 되어 세상 만물을 기르고 우리 인간은 이 비와 이슬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다른 생명들을 먹고 마심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강물은 우리 생명의 근원입니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이유로 많은 종교인들은 물을 거룩하고 신성하다 말하며, 신의 선물이라 칭송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가장 선(善)하고 뭇 생명의 근원인 물의 마음과 영성을 이명박 대통령이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물은 결코 다투지 않습니다. 다투지 않는다 함은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으로 실천함을 뜻합니다. 무리가 있기에 다툼이 일어납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보기에 4대강 사업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으며, 그 논리 또한 허술하고, 절차 또한 무시된 채 졸속으로 추진되어 일어적 갈등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설령 4대강 사업이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훌륭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국민들이 그 사업등을표 설정과 은 방식에 있어 동의하지 않고 이견(異見)과 다툼이 있다면 다시 고려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의 목표설정과 진행방식에 혹여 무리는 없는지 다시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이것이 물의 방식입니다.
물은 바위를 만나면 몸을 나누어 비켜가고, 깊은 분지를 만나면 기다림 속에 그 큰 공간을 서서히 남김없이 채운 다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물의 영성’입니다. 현재 ‘속도전’처럼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매우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물의 영성과 기다림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강물은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낮은 곳으로 내려가기를 저어합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 배금주의사상으로 인해 오로지 사회적 성공과 경쟁에서의 1등, 그리고 물질적 부(富)만이 최고의 선(善)이자 가치로 여겨져 가난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가난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려하지 않고 오로지 위로만 흐르려 합니다. 이는 분명 ‘역류(逆流)’입니다. 생명(生命)에 대한 역류입니다. 사회적 공동선(共同善)에 대한 역류입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의 마음을 깨우치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4대강 사업을 멈추고 평생을 강변에서 농사짓다 쫓겨나게 된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길 바랍니다. 그 강변에 기대어 살던 단양쑥부쟁이, 수달, 재두루미, 흰목물떼새, 남생이 같은 동식물들의 마음도 헤아려주기 바랍니다. 대통령이 낮은 곳에 처한다 하여 그 누구도 대통령을 ‘낮은 이’라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 낮음이 대통령을 높게 만들 것입니다. 이것이 ‘물의 영성’입니다.
그간 우리 종교인들은 생명이 파괴되고 강이 파헤쳐지는 것을 염려하며 ‘생명의 강 모시기 4대 종단 종교인 100일 순례’, ‘오체투지’, 종교인 기도회, 각 종단의 입장 발표 등 다양한 방법으로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해 왔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가장 선하고 뭇 생명의 근원인 ‘강의 마음’을 생각해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정말 어떤 방식이 이 강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 모두를 살리는 길인지 다시 한 번 냉철하게 검토하고 연구해줄 것을 제안합니다. 우리 종교인들의 이러한 결의는 6.2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종교와 신앙 차원의 결단이기에 4대강 개발이 멈출 때 까지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흐르는 강의 마음은 국민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국민 모두가 동의하고 강 생태계를 살리고 보존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강 살리기 사업이 마련되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0년 5월 25일(화)
보 선 스님 (대한 불교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김근상 주교 (대한 성공회 서울교구장)
김 현 교무 (원불교 중앙교구 교구장)
전병호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이용훈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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