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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타임즈)다양하고 풍성한 열매...비밀은 협력선교

입력 : 2009-07-17 07:58:3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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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하고 풍성한 열매…비밀은 ‘협력선교’
“말 못할 어렴 많지만 한없이 낮아지는 헌신 필수”
 
2009년 07월 08일 (수) 01:06:27 신동명 전문기자 star@kmctimes.com
 

NCCK 선교훈련원 ‘제1차 신학생 에큐메니칼 해외선교훈련’

   
▲ 바다 위 빈민촌 다앙하리에 거주하는 여섯 살 로리는 이제 더 이상 검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현지인조차 두려워 떨던 이곳에 필리핀 현지 교단과 NGO 단체, 한국 선교사간 협력 사업이 시작된 이후 안전한 운동장과 유치원이 생겨났고 골목길도 더 이상 무섭지 않게 됐다. © 마닐라=신동명

#1. 정부군과 반군의 접전으로 그동안 거주해오던 마을이 ‘교전지역’으로 선포된 이후 소년 로리(6세)는 가족과 함께 나보타스시(Navotas City)에 위치한 해변마을 다앙하리(Daang hari)로 이주했다.

지금은 3만명 정도가 살고 있지만 갈 곳 없는 도시 이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 바다 위 기둥을 박아 형성된 빈민촌이다 보니 다앙하리는 널빤지로 만든 거주시설과 바닥아래 바다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골목길이 전부다. 근처 마을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로리의 어머니와 무직인 아버지가 한 달간 일해 버는 돈은 고작 1000페소 남짓. 원화로 30,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적은 돈으로 여섯 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부족하기에 로리는 유치원에 다닐 수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로리가 이곳에서 제일 좋아하는 놀이는 널빤지로 만든 위험한(?)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다. 널빤지 위를 뛰어다니는 일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널빤지 아래 훤히 들여다보이는 4m 아래엔 오물이 가득한 검은 바다가 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로리의 친구 중 몇몇은 검은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최근 이런 로리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검은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촘촘한 새 널빤지와 철조망 까지 두른 안전한 운동장이 생겼고, 처음으로 화장실까지 갖춘 유치원까지 다닐 수 있게 됐다.

지난 2002년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UCCP=United Church of Christ in the Philippines)과 예장(예수교장로회)통합측 그리고 기장(기독교장로회)간 3자 선교협약을 맺은 뒤 협력선교사로 파송된 박선호 선교사는 이곳을 사역지로 정한 뒤 발을 들여놓는 데만 4년이 넘게 결렸다.

잦은 강력 범죄로 밤에는 필리핀 원주민들조차 두려워 출입을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했던 이곳을 사역지로 정한 박 선교사는 현지 교단과 빈민단체 NGO의 도움을 받아 주민과의 관계 개선과 지역개발만 힘썼다. 7년이 지난 지금, 바다위 놀이터에서 드리는 교회학교 예배엔 600명이 넘는 어린이가 모여 바닥 침하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사역 8년차에 접어 든 그는 유네스코와 한국 기업, 필리핀 지방 정부와의 협력으로 이곳에 ‘IT Dream Center’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와 협력을 원하는 미국의 한 단체로부터 이미 150대의 컴퓨터를 기증 받았고, 교육시설로 사용할 건물의 건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박 선교사는 “협력선교는 필수지만 말 못할 어려움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을 하면 자신의 사역과 삶이 100% 노출 되는데, 내 것을 챙기며 어떻게 서로 좋게 지낼 수 있겠냐”며 “더욱 건강해 지기 위해 섬기는 모습으로 한없이 낮아져야 했다”고 고백했다.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만 드러나야 하는데 한국 선교사 대다수는 자신의 성과를 드러내야 하는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그는 “선교현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사람은 자기 목적에 충실한 사람이 아닌 헌신된 사람”이라며 “혼자 일하기보다 협력하고 머리보다 몸으로 뛰는 게 선교사”라고 덧붙였다.  

   
▲ 가난의 악순환으로 학교에 가지않는 청소년의 문제(Out of School Youth)는 이미 바랑가이 마을의 문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해리스 메모리얼 대학(Harris Memorial College)이 감리회 사회선교 정책에 따라 교회를 넘어선 선교적 자세로 필리핀그리스도연합교회(UCCP)와 함께 교회 성도들이 지역 자치단체 리더로 설수 있도록 리더십을 개발하고, 지역사회개발에 동참하면서 지역을 변화시켰다. ©마닐라=신동명

#2. 도시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빈민 50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바랑가이’ 지역 주민들은 공동식수, 교육, 치안 등 여러 어려움에 시달려 왔다. 중산층 마을 구석에 위치한 이 마을 방문한 지난 2일 낮. 마을에는 남자 성인과 청년들만 보였다.

마을 경제활동의 중심에 서 있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인근에 위치한 중산층 가정에서 가정부로 일하며 한 달에 대략 5-6만 원 정도인 2,000페소 정도를 번다. 반면 자전거 택시와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남성들이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나마 일을 하는 남성도 일 할 수 있는 날이 적어 별로 경제적 이익이 되지 못한다.

이곳에서 가난의 악순환은 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었다. 경제적 빈곤은 교육의 부재를 낳고, 교육의 부재는 직업선택의 기회를 제한한다.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이들은 어느덧 가장이 되고 가난은 다시 자녀들에게 상속된다. 할 일 없어 보이는 청소년의 문제(Out of School Youth)는 이미 마을의 문제로 자리잡았다. 안타까운 일들이 현실이 되어버린 이곳 마을엔 5개의 교회가 희망이었지만 교역자들은 건축 후 모두 떠나버렸다.

그러나 마을 근교에 있는 UMC 산하 교육사 양성 기관인 해리스 메모리얼 대학(Harris Memorial College, 이하 HMC)이 UCCP와 함께 지역 빈민들을 위한 지역개발프로그램을 정규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면서부터 이 마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교와 학생들은 빈 교회를 마을회관, 데이케어센터, 독립학교 등으로 보수했다. 마을회관에는 농구장과 놀이시설이 생겼고, 데이케어 센터는 일을 나간 어머니들을 대신해 어린이들을 돌보는 교육기관으로 변신했다. 독립학교로 변화된 교회는 청소년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기존에 있던 주민자치회의 운영지원도 교회 몫이다. 변화의 열매로 생겨난 세 명의 대학생은 지역민 모두의 자부심이 됐다.

   
▲ UCCP 교회 성도인 기까로 부인은 해리스메모리얼 대학과 현지 교단이 협력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을 리더로 설 수 있었다. 현재 바랑가이 마을 주민자치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가난한 자들은 늘 정의를 추구하지만 리더십 배양과 주민자치를 통해 유혹을 이겨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UCCP 성도로 주민자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기까로 블레스(여, 50세)씨는 “학교의 지원으로 주민자치단체가 조직돼 교육과 치안을 포함한 공동운영을 감당하고 있다”면서 “모든 공동시설을 주민자치회가 맡되 최소비용을 받아 자립의 기회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영상 어려움이 발생할 때 마다 학교와 상담하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점차 지역 일들에 관심과 신뢰를 가지고 참여하는 변화를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해리스 HMC는 감리회 사회선교 정책에 따라 교회를 넘어선 선교적 자세로 UCCP와 함께 교회 성도들이 지역 자치단체 리더로 설수 있도록 리더십을 개발하고, 지역사회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HMC 크리스틴(Christine Manabat) 박사는 “사역의 포인트는 사역 주체가 지역주민단체를 인정하고 교회는 가치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선교와 지역사회개발이 함께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 목사)이 지난달 29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제1차 신학생 에큐메니칼 해외선교훈련에 참석한 신학생과 교수 20여명은 필리핀 교회의 다양한 협력선교 현장을 보며 “협력선교의 놀라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감신대 종교철학과 유예은(20) 학생은 “평신도 사역자의 리더십을 개발해 지역사회의 리더로 양성해 내는 필리핀교회의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다”면서 “평신도 사역에 대해 더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장신대 신대원 배성훈(29) 전도사는 “해리스 메모리얼 대학이 주민자치를 활용한 선교를 통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는 모습을 보며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신대 신대원 강민(30) 전도사 역시 “과거 생각했던 교회건축과 구호 같은 선교적 사고에서 벗어나 협력선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됐다”면서 “삶에 녹아 든 협력선교 현장을 통해 해외뿐 아니라 국내 선교의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교수들 역시 협력선교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구세군 사관학교 교수 이상정 교관은 “선교현장을 직접 가지고 있는 신학교를 보면서 과거 신학을 위한 신학을 해온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삶의 변화와 동력이 되지 못하고 홀로 학문적 희열을 느끼는 연구에서 벗어나야 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신대 변창욱 교수(선교 역사학)는 “교단과 학교, NGO단체와 개인 등 다양한 협력선교의 모델을 직접 경험할 수 었다”면서 “물량주의를 벗어나 선교현지 성도와 교회의 자립을 위한 현지인 중심의 선교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고 전했다.

선교훈련원장 이근복 목사는 “후원회 구성부터 함께 중보하고 후원하는 협력의 모습을 확대해 나간다면, 세속적 정치가 아닌 선교에 대한 고민으로 만나는 새로운 교회 트랜드를 확산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수그리스도의 성육신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사역 현장을 통해 차세대 리더십을 세워나가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라며 “앞으로 선교훈련과 세계적 선교석학의 강연회 등을 정례화 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닐라=신동명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