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족 Family
가족이라고 불리는 사회 집단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화 속에서 발견된다. 그 용어는 주로 농경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확대된 친족 관계로부터, 산업화된 도시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대의 핵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지칭한다.
가족의 정의는 문화 속에서 내려진다. 오늘날 보통 우리가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조상이 부르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오랜 산업화 과정을 거친 북반구나 서반구 지역에서는 핵가족이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다양한 생산 유형이 공존하고, 생존이 친족구조에 달려 있는 남반구 지역에서는 “가족”은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가족이나 가족의 본질, 기능, 목적 등에 대해 보편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불가능하다.
가족이 다른 사회 집단과 구분되는 것은 그 기능 때문이다. 즉 공동의 주거지, 양육과 정서적인 뒷받침, 안정과 경제적 지원, 출산과 신세대의 사회화 등등. 이러한 가족의 특징 가운데 일부는 지금 현대 생활에 의해 특히 서구에서는 학교, 건강 관리, 양호시설 혹은 사설 요양원, 사회 보장이나 생명 보험과 같은 사회 제도 또는 국가 제도로 인해 빠른 속도로 변모해 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전통적인 가족의 기능은 부족이나 시족 혹은 확대 가족에서 잘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핵가족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커다란 사회 단위 안에서 살아왔다. 부족과 시족은 공동의 관심과 분할된 책임이 매우 분명하고, 족보상으로 위계 질서가 확립된 기능적 가정이었다.
베스터 호프(J.H. Westerhoff)가 지적한 것처럼 구약성서의 가족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이들, 남편의 첨과 그 아이들, 사위와 며느리, 손자와 손녀, 고아와 과부의 자손과 사생아들, 나그네와 같은 이방인들, 그리고 그들과 같이 살고자 하는 주변 사람 모두를 포함하는 일종의 “부족적 가족”이다. 신약성서에서 가정 생활을 다루는 본문들(예를 들어서 막 1:29-31; 행 10장; 엡 5:21-6:9)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친족과 하인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인간의 삶의 유형이 점점 다양해짐에 따라 부족과 씨족 집단은 확대 가족 및 많은 2차적 사회 집단으로 세분화되었다. 핵가족은 좀 늦게, 산업화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나타난 유형이다. 물론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들의 자식이라는 구성이 산업화 시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그러나 이것은 서로 얽혀진 가족관계라는 커다란 범위에서 분리하여 가족으로 간주하지는 않았다.
요컨대, 오늘날의 가족은 결혼과 출생 또는 양자 등에 의해 성립되는 관계의 범주로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가 성립되는 유형,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역할에 부과되는 권리와 의무는 문화, 계층, 종교, 지역에 따라 크게 다르다.
가족에 대한 연구 : 가족에 관한 책은 그것이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간에 종종 베스트 셀러가 된다. 지난 50여 년 동안 가족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크게 증가하였다. 몇몇 간행물은 전적으로 이 분야만을 다루었다.
가족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각기 다른 관점으로 분석되어 왔다. 문화인류학자는 가정을, 문화를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특정한 장소로 보았다. 사회학적 견지에서 일부 사람들은 가정을 그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사회의 기본 단위로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가정을, 사유 재산과 병행하여 나타났으나 궁극적으로 계층 없는 사회가 출현할 때 당연히 사라지게 될 역사적인 우연으로 보았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변화가 사획솨학자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세계 연구, 이주, 가난한 사람 사이의 생존 전략과 여성과 아이들의 가사(家事)에 대한 여러 연구는 삶, 노동, 문화, (삶의) 의미, 이데올로기 등의 생산과 재생산의 핵심으로서 가정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유엔이 “세계 가정의 해”를 설정한 것은 각 국가들이 가족을 삶과 건강 그리고 문화의 주요 관리인의 하나로서 인식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가정을 모든 악의 모체로서 인식하고, 인류가 성숙하여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되었을 때는 가정이 소멸한다고 주장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인간의 삶을 형성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생존을 위한 기초적인 기술을 익히는, 다시 말하면 기본적인 양육과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임을 주장하였다.
지난 40여 년 동안의 체계적인 사고는 가족을 기본적이고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장소로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상당히 많은 증거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혹은 영적인 건강이나 질병이 개인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복잡한 상호 관계, 즉 가치, 커뮤니케이션의 유형, 그리고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이나 의미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세계 도처에 있는 가족, 전례 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도전, 그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 및 교회의 가르침 등에 대한 새로운 지식의 빛에서 가정에 대한 이해를 재구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그들은 교회가 가르치고 또 실천하는 가정에 대한 개념이 개인, 부부, 가족, 구성원 등의 이해와 융화되어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개개인의 인격과 개성에 대한 인식, 가정에서 증가되는 부부의 차별 대우, 남성과 구별되는 개인적 특성에 대한 여성들의 확인, 그리고 출산 조절 등과 더불어 스스로를 남과 구분짓는 개인, 부부, 가족을 지향하는 피할 수도 없고 역행할 수도 없는 과정의 현실이다. 이것은 이제 더 나은 가정을 이룩하는 요소로서 기여하게 될 것이다(참조. 결혼).
오늘날의 가족 : 오늘날 가족을 이루고 유지하는 것은 거의 모든 문화에서 예전보다 더 힘들게 된 것 같다. 지구 곳곳에 퍼져 있는 많은 가족들은 빈곤과 착취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노력에 온 정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문화와 가치 기준의 주요 전달자이던 가족은 이제 공공 기관, 대중매체, 낯선 가치와 행동을 강요하는 경제 구조와 맹렬하게 경쟁해야 한다.
한편 가족을 다른 종류의 사회 조직으로 대체하려는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애정, 사회화, 약육의 핵심 영역으로서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가족은 창조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임이 입증되었다. 즉 그것은 수입이 삶과 노동의 재새산을 충족시킬 수 없는 사회 계층에서 생존을 위한 창조적인 전략을 고안한다는 것이다.
또한 개발 계획이나 기초적인 건강 관리, 보편적인 교육 등이 실패한 대부분의 개발 도상국에서도, 가정은 무리없이 다방면으로 보호와 관심과 사회화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과학자, 교육자, 의사들은 전통 의학, 보편적인 교육과 실용 경제학을 배우기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가족을 다루고 있다. 발전된 세계(선진국)의 가정은 그 나름대로 정서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 친밀감은 권위주의적 관계가 감소됨에 따라 증가한다. 성차별이 없어짐으로 인해 가족은 신세대에게 더 나은 동질감과 지지를 제공하는 견고한 기반이 된다. 출산은 가정 생활이나 혹은 단체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선택을 신중하게 함으로써 훨씬 더 많은 풍부한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교회와 가족 :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정 생활을 옹호해 왔다. 하지만 가족이 구원의 영역이 아니라 피조물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했거나, 혹은 우리가 지금 매우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비그리스도교 공동체, 혹은 사회의 나머지 부분에게 그리스도교적 가치와 규볌을 부과하려고 애를 썼던 교회도 있다.
그리스도교 가정은 물론 어떠한 특별한 사회 유형과도 동일시될 수 없다. 교회는 종종 그리스도교 가정이 남편과 아내 및 아이들이 각자 한정된 역할을 수행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러나 베스터호프가 말한 것처럼 "그리스도교 가정은 구조와 역할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것은 삶의 질, 즉 많은 유형 속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질과 관련이 있다“.
교회는 또한 전쟁으로 인한 황폐, 빈곤, 추방과 고립 등에 새로운 목회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케넌의 주교 데이비드 기타리(D. Gitari)는 1988년 램버스 대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시에는 매우 많은 분열되고 외로운 가정들, 그리고 홀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교회는 그 자체로서 확대 가족이 되어, 모든 신자들이 그 안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아닌, 실제적인 가정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교회는 확대 가족의 유형을 추구하는 견고한 가정을 세워야만 한다. 그리할 때, 각 가정은 진정으로 교회가 되고, 교회는 진정으로 가정이 되는 것이다.”
전세계 교회들은 오늘날의 가정에 대한 상황적인 접근과 그에 상응하는 목회적 관심의 중요성을 점증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목회적인 측면에서 가족을 다루기 위해서는 특별한 상황과 역사뿐 아니라, 역사의 주요 흐름과 문화가 격변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방편에 대한 진지한 지식을 요한다. 아울러 새로운 관점에서 진행되는 타종교와의 대화는 더욱 가정의 보편성을 이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 조사들은 개인, 부부, 가족, 가족 구성원, 지구 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oikoumene) 사이에 한계성과 연관성을 구분 짓도록 촉구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운동과 신학 사전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