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기독인의 입장
현 시대 사회적 양극화 문제는 현상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별을 고착화하고 심화시키는 사회문제로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심에 노동빈곤층을 양산해 내는 차별적인 비정규직 노동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IMF 사태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 850만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서 열악하고 사내 복지에서도 소외되어 있어 노동현장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면서도 가장 비 인간적인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재계는 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비정규직을 더 늘여야 경제가 성장한다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맞장구를 치듯이 정치권은 비정규직을 전 업종으로 확대시키는 비정규직 보호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은 들어보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은 민중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정치권의 말장난에 다름 아니다.
지난 해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이어, KTX 여승무원 채용시 철도공사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약속 했슴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체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은 200일이 다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승무와 관련된 업무는 파견업체에 맡길 수 없다는 노동부의 철도공사에 대한 답변 문건이 발견되었다. 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을 비정규직 파견업체로 묶어두려는 것이 엄연히 불법임을 알면서도 계속하여 여승무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파업을 훼손하려고 한 것에 대해서 우리는 노동자들과 함께 분노한다. 특히나 비정규직 노동 차별은 여성 노동자들에게 더 가중되고 있으며 이중 차별의 연장선상에 KTX 여승무원들이 처한 차별적 현실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포스코를 점거 농성한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도 정치권과 경제계가 노조를 무력화하고 노동유연성을 더욱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사전 계획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파업사업장에 대한 포스코의 대체인력 투입은 엄연한 불법 노동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병력까지 동원되어 조직적으로 진행되었고, 포스코에 진입하게 된 것도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에 의해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분명 한데도 정재계는 언론을 동원하여 사실을 계속해서 왜곡하고 있다.
또한 자본과 권력은 한통속이 되어 노동조건개선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백주대낮에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 사태는 정부가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정부이기를 포기하고 거대 자본을 위한 정권이라는 숨겨진 실체를 만 천하에 드러낸 것이다. 고 하중근 노동형제의 가족들과 노동형제들의 슬픔과 분노 속에 장례식이 치러졌건만 정부는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 없이 진실을 은폐. 왜곡하고 여전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고 하중근 노동형제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여 더 이상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 땅의 모든 피조세계에 착취 구조가 없는 세상, 억압이 없는 세상, 서로 존중하며 나눔과 섬김으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 특히 KTX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문제는 물질의 가치 곧 자본의 가치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파괴하고 넘어섰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와 재계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우리의 요구 -
- 정부는 일방적으로 강행하고자하는 비정규직 보호 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의 소리를 담은 실질적인 보호 법안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 특히 사회양극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라.
- 기업은 물질(자본)보다 인간이 우선하는 경영 가치를 회복하여야 한다.
자본이 인간의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다. 재계는 이윤만을 추구하고 극대화하는 물질(자본)의 가치가 우선되는 경영보다는 인간의 가치가 중심이 되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가 존중받는 경영 풍토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경쟁력 강화 논리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비인간적 경영 행태를 당장 중지하여야 한다.
- 정부는 고 하중근 노동형제 사망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구속 처벌하라.
고 하중근 노동형제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포스코와 정부는 포항건설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발생한 구속자 석방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올바로 해결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 정부와 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속히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도의 안전을 담보하고 국민과 승객을 위해 땀 흘리는 것을 보람으로 살아가는 KTX 여성 노동자들의 소박한 노동의 꿈에 더 이상 상처를 주지 말라. 200일이 다 되어가도록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서 일터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으로 날을 지새우는 여성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정부와 철도청이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해 가는데 앞장서는 보다 적극적이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주어야 한다.
2006년 9월 7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장생명선교연대,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장일하는예수회, EYC, KSCF, 한기연,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기독여민회, 새시대목회자모임, 생명평화전북기독인연대, 아름다운 생명, 생명평화기독연대),
포항건설노조문제해결을위한기독교대책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