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분단 60년 시점에서 미국이 우리사회와 교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정립되어야 할 부분들을 지적해 보고자 함이었다. 사회적으로 과거사 청산의 목소리가 높은 이때에 진정한 과거사의 청산과 정립을 논하고자 한다면 미국은 우리 민족이 넘어야 할 큰 산 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첫 번째 “분단60년 한국현대사 돌아보기”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일성(一聲)으로 “분단체제는 식민지 체제의 연장”이라며, 일제 40년 못지않게 분단 60년의 역사는 우리사회 안에 미국식 이데올로기와 자본주의가 심겨지는 과정이었다고 분석하고, 그 만큼 우리 안에 미국의 영향력이 깊이 뿌리박게 되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분단체제 형성의 원인과 과정을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구도 속에서 찾았다. 즉 일본에 핵을 투하함으로써 점령국이 된 미국은 일본의 자민당 지배체제와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방 이후 수립된 정권들이 분단체제를 이용해 자기 정권의 정통성과 안정을 꾀하는 정책을 쓰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정치, 군사, 경제, 문화적인 의존과 종속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단체제는 결국 현대사 속에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발전을 지체시켰고, 문화적으로는 순응적인 정서(mentality)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분단 하에서 체제우위를 증명하기 위해 채택된 재벌 중심의 빠른 ‘성장전략’은 오히려 현재 기업 경쟁력의 약화, 중소기업의 입지 축소, 실업률 증가, 복지수준의 약화, 금융의 비민주성, 경공업과 농업의 희생 등 부정적 결과들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김동춘 교수는 “일제 40년과 분단 60년을 합쳐서 근대 100년 체제의 역사청산이야 말로 새로운 도약”이라고 말하고, 분단은 과거의 사실일 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현실이며 미래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분단과 관련된 부정적인 요소들이 제거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경제 발전은 물론 사회 정치적 민주화, 삶의 질의 향상도 장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연규홍 교수(한신대 신학과)는 “해방 60년, 한국 교회와 미국교회 -계몽과 종속의 메카니즘-”이라는 제목으로 미국교회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과 개선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연 교수는 한국교회는 20세기 세계 선교 역사의 기적이라 불리울 만큼 급속한 성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분단체제를 더욱 확고히 하고 남북의 평화 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친미 반공적, 보수 우익적, 배타 독점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그 원인을 계몽과 종속의 메카니즘에서 찾았다.
즉, 정치적 지배와 이데올로기 억압이 결합된 종교 문화적 차원에서의 계몽은 때때로 해방이 아닌, 새로운 억압과 종속이라는 메카니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미국 선교사들을 통한 한국교회의 서구적 시민 윤리와 근대적 가치로의 계몽은 일제라는 억압적 현실에서의 해방과 민족 주체적인 교회 형성이 아닌, 미국적 근대화로의 이행과 자본주의적 복음에로의 종속을 결과하였다는 것이다.
연 교수는 한국교회 성장과 종교권력화 현상 역시 계몽과 종속의 모델로 설명했다. 해방 후 한국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현 실태를 미국으로 상정하면서, 근대화는 곧 '서구화', 더 나아가서는 '미국화'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같은 흐름 속에 기독교 정치권력을 최대한 확장하는 기회로 삼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불과 한 세기 만에 소수(minority) 종교집단에서 다수(majority) 종교집단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가지며 강력한 '승자의식'과 연결 되었고, 결국 이 같은 '승리주의'는 힘을 숭배하고, 외형적 팽창주의와 타자에 대한 정복주의의 등의 사고 체계를 형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특별히 6.25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교회의 경제적 원조에 의존하게 되고 이것은 교회 안에 기복사상과 자본주의 성장논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한국교회의 선교 과제인 민족분단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의 구심체가 되기 위해서는 지난 60년간 미국교회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계몽과 종속의 메카니즘을 깨고 해방을 향한 민족주체적인 교회형성이 시급히 요청 된다고 제안했다.
교회와사회위원회는 6월 2일 '제2차 사회선교정책협의회'를 개최하여 1차 정책협의회 분석을 기반으로 한국교회가 구체적으로 전개할 캠페인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래는 '제1차 사회선교정책협의회' 참석자 일동으로 채택된 선언문의 전문이다.
2005년 KNCC 교회와사회위원회
제1차 사회선교정책협의회 선언문
우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문대골목사)가 주최하는 '제1차 사회선교정책협의회'를 2005년 4월 28일 크리스챤 아카데미하우스에서 가지고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분단 60년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행사는 분단 60년 시점에서 한국사회와 교회에 끼친 미국의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정립되어야 할 부분들을 지적해 보고자 함이었다. 동양적 사고로도 60이라는 숫자는 한사람의 생애를 의미하기에 현 시점에서 지나온 한국현대사를 돌아보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 여겨진다.
8·15 해방과 함께 스스로 자기를 점령군으로 규정하며 한반도에 군대를 진주시켰던 미국은 대한민국정부가 건국된 이후에도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은 채 군사·정치·경제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쳐오고 있다. 또한 한반도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미관계는 우호적 차원을 넘어서서 의존과 종속의 관계로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교회 입장에서도 미국교회는 복음전파의 모국으로서만이 아니라, 신학적이고 문화적인 모범으로 답습의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이하여 민족분단과 사회갈등의 과거사를 청산하고 올해를 민족자주와 평화통일의 전환적인 해로 맞이하여 자주적인 미래역사로 나아가려는 지금, 우리 사회와 교회는 미국이라는 현대사의 큰산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를 대면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는 굴절과 고통의 시대를 보내면서 미국에 대한 문제를 철저히 금기시해 왔다. 최근 불거진 이라크 파병문제, 평택미군기지 이전문제, 불평등한 SOFA 협정 개정문제, 작전지휘권 반환문제 등 정치·군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중심의 세계화 진행과정에서 더욱 심화되는 대미(對美) 종속 문제는 우리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다. 이런 근본적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한국사회는 분단현실론과 국익론이라는 사고로 인해 이 문제를 올바르게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민족의 번영과 평화 통일된 미래를 전망하며 이 문제를 당당히 다루어야할 시대적 소명 앞에 서 있음을 직시한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빌미로 진행하고 있는 대북선제공격전략과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는 60년 분단과 대결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반도의 냉전과 대결정책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평화롭게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며 한반도 냉전을 넘어서고 비핵화된 한반도를 만드는데 미국은 협조해야 한다.
한국교회 역시 선교사들이 전해준 보수적인 근본주의적 신학의 영향으로 한국역사에서 책임적인 모습보다는 기복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교회성장론에 매몰되어 사회 속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별히 미군정 시기 친일파가 친미파로 돌아서며 우리역사에서 과거청산문제가 사라졌던 맥락과 같이 한국교회의 친일문제 역시 회개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이제라도 한국교회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 이 부분은 분명하게 되짚어져야 할 문제로 지적한다.
또한 군부독재 시절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이원론적으로 분리하는 사고로 불의한 권력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는 그들을 위해 축복까지 빌어주었던 점 역시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들은 아래의 개선 과제에 마음을 같이하며 한국사회와 교회가 미국과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올바른 정립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 주기를 제안하는 바이다.
[우리 사회에 대해]
- 민족사의 정통성을 바로세우기 위해 미국에 대한 문제를 중심에 둔 새로운 과거사 인식과 역사 청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 미국과의 정치·군사 문제는 민족의 이익을 중심으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대북선제공격전략과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핵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 미국중심의 외국독점자본에 의해 주도되는 신자유주의와 미국적 가치의 세계화에 반대하며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이 보장되는 참된 인류공동체의 수립을 제안한다.
[한국교회에 대해]
- 한국교회는 미군정을 거치며 옳게 밝혀지지 못한 한국교회의 친일문제를 이제라도 솔직히 밝히고 회개해야하며, 독재권력에 저항하지 못한 잘못 역시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 한국교회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영향아래 형성된 기복주의와 성장주의를 넘어서서, 사랑과 나눔, 봉사를 지향하는 책임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지탄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하고 실추된 교회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교회는 미국이 아닌 하나님을 섬기는 곳이다. 우리는 한국교회 안에 자리 잡은 친미사대주의적 신앙관을 극복하고 교회의 건전한 개혁을 위해서 노력해 갈 것이다. 또한 특별히 북한 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평화로운 해결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미국교회와도 연대해 갈 것이다.
2005년 4월 28일
KNCC 제1차 사회선교정책협의회 참석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