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부활절 메시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고 무덤에 묻히셨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셔서, 그 후 여러 사람에게 나타나셨다.” (고린도전서 15장 3-4절)
어둠 속에 찬란한 빛이시며, 모든 생명의 주인이시며, 죽은 이들을 거룩하게 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영광이 온 누리에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우리 민족은 올해로 해방 60년을 맞이 했지만, 지난 세기 외세에 의한 이념 갈등과 동족간의 전쟁으로 두 동강난 땅덩어리에서 죽은 자, 생명없는 자, 어둠에 갇힌 자로 온갖 고통 속에 살아왔기에 해방의 참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되어 온 불의한 권력은 민중의 힘으로 물리쳤지만, 과거 기득권 세력의 반민주와 반개혁성으로 인해 왜곡된 역사청산을 이루어내지 못했고, 이로 인한 갈등과 반목이 정치 경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또 다른 억압 구조로 수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 지구화와 군사패권주의는 세계 도처에서 갈등구조를 양산하고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으며, 특히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이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군사패권주의는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고 전쟁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또한 이는 우리 사회에서 지극히 작은 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 농어민, 장애인, 실직자 등의 빈곤층에게 생존 자체의 위기를 가져 다 주었습니다.
1천만 신도를 자랑하는 한국 교회 또한 이러한 갈등과 폭력 극복에 적극 대응하지 못함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할 뿐 아니라 교회 스스로도 이런 모순과 갈등 속에서 분열을 거듭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삶과 고난을 새롭게 묵상하고 부활절을 맞는 한국 교회는 우리에게 시급하게 요청되는 ‘화해와 평화’의 사도직을 세상 속에서 제대로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왜곡된 과거역사의 청산을 위한 진실규명과 죄책고백, 사죄와 용서가 온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고, 경제 세계화와 시장논리가 아닌 평화 세계화와 섬김과 나눔의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세상을 위해 기도해야 하며, 분단과 반목이 아닌 통일과 상생의 구현을 위해 온몸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감으로써 부활 생명을 얻었듯이, 하나님을 믿고 주 예수를 구주로 고백하는 모든 이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당하고 자신의 탐욕의 죄를 죽임으로써 하나님의 나라, 부활 생명의 나라를 이 땅에서 이루어내야 합니다. 그때에야 진정한 해방의 기쁨과 평화통일의 새 역사가 창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부활 생명을 간절히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5년 3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백 도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