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중 1964년 11월 21일 교회 일치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이 반포된 이후로 1966년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 직제위원회'와 로마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가 공식적으로 기도주간 자료를 함께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1968년부터 그 자료에 기초하여 일치 기도 주간 행사를 지켜 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5년부터 대한성공회와 한국 천주교가 서로 방문하여 기도회를 개최하기 시작했으며 1986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 천주교, 한국정교회, 기독교한국루터교가 함께 주최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합동기도회를 드려왔고, 2002년부터는 기도회의 명칭을 '일치기도회'로 수정하였다.
올해는 슬로바키아 교회들이 40년간 교회의 존재만 허용 받고 성장은 방해받던 정치적 상황을 겪은 후 10년 동안의 경험과 성장 과정에서의 성찰을 바탕으로, 과연 교회의 실존은 어떤 기초에서 세워져야하는가?, 각 교파 공동체가 어떻게 일치 안에서 성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교회예식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고민에서 "교회의 유일한 기초이신 그리스도"라는 주제 아래 이 세계와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 교회의 바른 정체성 확립과 나아갈 방향을 세계교회가 함께 공유하게 하여 주었다.
이날 예배는 조성기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무총장)의 집례로 김희중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의 강론, 백도웅 목사(KNCC 총무)와 에밀 폴 첼릭 대주교(주한교황대사관 대사)의 인사, 이성희 목사(연동교회)의 강복 등으로 진행됐다.
'교회의 유일한 터전이신 그리스도'라는 제목으로 김희중 주교는 "우리는 배타적 자세와 교만, 용서치 않음, 독선, 그릇된 편견 등으로 서로가 상대를 경멸하지 않았는지 회개하고 반성해야 하며, 바울이 가르쳐준 것처럼 공명심에 빠지지 말고 전력으로 주님의 은총을 의지해야 한다"고 전하고 "화해와 평화, 상호협력이 요구되는 2005년, 지구촌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음을 상기하고, 분단극복과 평화로움을 위해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더욱 협력해 나가자"고 강론했다.
아래는 이날 예배에서 발표된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 운동을 위한 공동선언서 전문이다.
-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을 위하여 -
서 문
우리는 성령께서 그리스도교 2000년의 역사를 인도해 오심을 믿으며, “아버지와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이 사람들도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11) 하고 기도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을 모든 교회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20세기에 들어 세계 선교 역사상 놀라운 성장을 기록한 한국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 것을 감사드리며, 다른 한편 그리스도인의 분열 또한 극심하게 전개되었는데 이는 일치를 도모하는 성령의 뜻에 어긋나는 결과임을 고백한다.
가톨릭 교회와 세계교회협의회는 그리스도인의 분열이 걸림돌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의 일치 운동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UR, 1964년 11월21일)에서 그리스도인 분열은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나며,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다”1)고 지적했다. 세계교회협의회 역시 그 창립총회(1948, 암스테르담)에서 교회가 “믿음이나 직제 그리고 전통의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국가, 계급, 그리고 민족적 자부심에서 서로 분열되어 있으며”, “심지어 신학, 언어, 예식의 차이가 없는 곳에서조차 인종과 피부색 때문에 분열된 교회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의 걸림돌”이라고 탄식했다.2)
한편 그리스도인 분열이 걸림돌인 것은 그것이 복음선포에 해를 끼친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 자체에 모순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요한 17,21)라고 기도하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교회의 일치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내리신 명령이며, 우리는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 교회들이 이 말씀을 소중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서 일치운동의 건전한 활동을 위한 몇 가지 자세들을 상기하고자 한다.
-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일치교령의 취지에 힘입어 1967년 1월 18일부터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 등 여러 교회들이 일치주간에 함께 모여 공동으로 기도하면서 시작하였다. 그 동안 해를 거듭하면서 가톨릭과 개신교 그리고 정교회는 장소를 바꿔 상호방문과 기도회를 개최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고 일치를 위한 훌륭한 전통을 유지해 왔다.
- 아시아 교회의 차원에서 일치운동은 또한 아시아의 두 개의 가장 큰 그리스도교 기구인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의 노력으로 1994년에 “아시아 그리스도교 일치운동”(AMCU)을 탄생시켰다. 아시아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은 아시아 교회의 지도자, 신학자, 교회일치 사무국 직원들의 여러 차례에 걸친 세미나를 통해 교회일치 신학과 새천년기를 향한 아시아 교회의 일치운동의 비전을 모색해 온 바 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문헌 “아시아 교회”(EA, 1999)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수가 다른 곳에 비해 적은 아시아에서 분열은 선교활동을 어렵게 하므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증진시키기 위한 새로운 교회일치 조직들과 협회들의 가능성들을 탐구할 수 있도록 기도와 협의의 과정에 참여하도록 초대하고 있다.3)
- 4. 한국의 그리스도교 일치운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전개되면서, 이 땅에 사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친교와 일치를 도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친교는 교회의 본질이므로 그리스도인들 간의 친교는 기본이 되어야 하며, 이러한 친교와 일치를 바탕으로 공동의 증거와 사명을 인식하고 이 땅의 가난과 불의한 현실 앞에 그리스도를 증언하며, 또한 이웃종교들과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공동선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 그리스도인이 일치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최후의 만찬 때에 제자들을 위해 바치신 간절한 기도(요한 17, 20-21)에서 흘러나온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는 신비체의 지체들이 되어야 하므로, 교회들의 갈라진 현실은 일치를 향해 걸어가야 할 교회의 전망과 방향을 제시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모든 인류의 일치의 징표이며 성사가 되어야 할 사명을 지닌다.
- 한국 땅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들이 일치를 이루려면 진정한 회개와 거룩한 생활, 이해와 관용, 용서와 평화의 정신이 필요하다. 이 땅 위에 공존하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여러 교단들이 서로 이해하고 교류함으로써 이러한 일치의 마음을 저변으로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다양한 형태들로 존재하는 교회들이 믿음과 전례의식의 근소한 차이들을 이유로 행해지는 몰이해를 극복하고 상호 비방하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교회들의 지도자들은 설교나 강론, 교리교육을 통해 이웃 교회들의 믿음을 존중하고 예식의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며, 결코 이웃 교회들을 이단시하거나 단죄하는 행위들이 없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 그리스도 교회들이 저마다 자신이 정통적이라든가, 또는 순수 복음적이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믿음과 모범적 행실을 통해 나타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며, 각자 지닌 다양성과 차이는 그리스도 교회의 다양한 모습을 나타내면서도 일치를 보여주는 형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우리 교회들의 다양한 현재의 모습 가운데서도 믿음의 일치, 기도의 일치, 사랑의 일치를 보여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정교회의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양하는 기회를 적절히 가져야 하며, 공동선을 위해 상호 협력할 의지를 기꺼이 가져야 할 것이다. 1967년 이후 펼쳐온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합동기도회, 성서의 공동번역,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한 공동노력, 교리서 「하나인 믿음」의 공동번역 출간, 그리고 최근의 가톨릭, 정교회, 그리고 개신교 신학자들의 모임, 에큐메니컬 포럼, 신학생들의 교류, 가톨릭, 정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7개 회원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구세군대한본영, 대한성공회,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그리고 한국기독교루터회의 교단장 간담회 등을 소중한 일치운동의 형태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또한 공동선을 위한 상호협력과 연대활동을 꾸준히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 그리스도교의 각 교단은 이 땅에서 일치와 사랑을 지향하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각 교단의 은사와 성공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각 교단의 부족과 실패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며 그 교회가 하느님의 뜻에 맞는 올바른 길을 가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 우리는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천주교와 정교회, 개신교로 크게 나뉘어져 마치 서로 다른 종교로 잘못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서, 예배의 형식이나 교리적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하나의 형제임을 고백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맺는 말
한국의 그리스도교 각 교단들은 다름과 경계를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은혜를 이 땅에 구현하는 데, 각자 받은 소명과 은사를 통해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각 교단이 갖고 있는 영적 보물에 감사드리고, 함께 기도하고 생활체험을 나누고, 공동사명을 이행하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질적이며 무모한 독단과 편견 그리고 비방을 버리고 우리 모두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 땅에서 그리스도를 증거할 때에 서로를 존중하면서 모든 사람을 하느님의 구원으로 이끄는 일에 일치와 협력, 사랑과 친교를 이룩하면서 노력할 것을 호소하는 바이다.
2005년 1월 20일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합동기도회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
한국기독교협의회의 일치위원회 위원장 김광준 신부 일동
••••• 참조사항 •••••
(초안 작성자)
한국천주교 김웅태 신부, 한순희 수녀
대한성공회 김기석 신부
한국기독교장로회 채수일 목사
(감수자)
구세군대한본영 김준철 사관
한국정교회 나창규 신부
기독교대한복음교회 김영일 목사
(실무책임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태현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양덕창 위원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일치교령(UR, 1964.11.21), 제1항.
2) 루카스 피셔 엮음, 에큐메니칼 신학의 발전사(1), 이형기 역, 한국장로교출판사, 1998년, 98. 106면.
3)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아시아 교회”(EA), 30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