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등포 쪽방 지역에는 500가구의 쪽방주민들과 영등포역을 중심으로 200여명의 거리 노숙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빈민 지역이며 우리 사회의 가장 가난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자 한국사회의 상징적인 고난의 현장이다.
이날 행사는 1부 성수삼일교회 어린이들의 난타 공연과 광야교회의 찬양으로 구성된 문화행사에 이어서, 2부 박천응 목사(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상임대표)의 사회로 성탄 메시지 낭독(김종수 목사, 생명선교연대)과 '너에게 복을 보낸다'는 제목의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된 예배, 3부 풍물팀 시람의 공연에 이은 음식과 선물 나누기 등으로 진행되었다.
아기예수를 만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백도웅 목사(KNCC 총무)는 "외국인들인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을 만났듯 추위 속에 고생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예수님은 찾아 오신다"며, "얼어붙은 땅에 새싹이 나는 기적처럼 힘들지만 새해에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기적이 일어나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며 격려의 말씀을 전하였다.
예배 후에는 종교인평화봉사단이 제공한 음식과 기독교방송(CBS)과 대한항공은빛날개후원회 등이 제공한 내복과 양말 등의 선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1987년부터 이 지역에서 사역해 오고 있는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는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이 지역 철거 계획에 대비해 주민들의 이주대책 문제에 대해 교회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
이날 예배 가운데 발표된 성탄절 메시지는 아래와 같다.
2004년 성탄절을 맞이하며
할렐루야!
“가장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께서 기뻐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
성탄의 기쁨을 이 땅의 모든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 나눕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여전히 전쟁과 테러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힘이 지배하는 시대이며, 이념의 장벽을 허물어내지 못하여 수구세력의 준동 앞에 하루아침에 국회의원이 간첩이라고 큰소리로 떠들어도 되는 비상식의 시대이며, 큰 이슈에 묻혀 오늘도 힘겹게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과 이주노동자들의 고통과 쪽방에서 가난과의 눈물겨운 싸움과 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의 탄식으로 하루하루를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 나날을 보내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 오시었습니다.
하나님의 천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민중들에게 성탄특종을 전해주었습니다.
최초의 성탄일 밤, 천사가 목자들에게 들려주었던 이 말씀은 당시 거룩하고 압도적인 권능 앞에 삶에 대한 무력함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목자들에게 들려주신 희망의 메시지였습니다. 천사들은, 밤샘 노동자들에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들에게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구주가 나셨으니 가서 경배하라고 가장 먼저 그리고 은밀하게 알려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천사는 이들에게 두려움의 존재가 아닌 가장 먼저 구주탄생의 소식을 전해주는 기쁨의 소식을 전해주는 희망의 메신저였던 것입니다.
성탄은 소외와 고통을 당하는 이들에게 참으로 기쁜 소식입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불안한 나날을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찬미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이 땅의 민중들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 탄생하였고, 이 땅의 그 누구보다 고난과 고통스런 삶을 사셨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만민을 구원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쪽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실직당하여 노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주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눈물과 한숨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시며 일생을 나눔과 화해를 위해 온 생애를 바치신 분이십니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민중들은 마침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찬미하였습니다.
연약하고 아무런 힘도 없는 아기 예수를 통해 평화의 세상을 내다보는 민중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찬미할 줄 아는 사람이 됩니다. 비록 세상은 차별과 소외, 경쟁과 분쟁, 억압과 굴종, 전쟁과 테러로 두려움에 가득 차 있으나 하나님께서는 꼭 평화의 세상을 이루고야 말 것임을 확신합시다. 그래서 그 믿음으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기를 바라는 이 땅의 모든 고난받는 이들로 하여금 하나님께 영광과 찬미를 돌릴 수 있도록 성탄의 기쁜 소식을 널리 알립시다.
성탄은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게 하십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인류에게 보여주신 가르침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연대하여 나눔과 희생과 사랑을 통해 진정한 하나님의 평화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시는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자비와 평화로 인사합시다. 특히 쪽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실직당하여 노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주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진정한 나눔과 사랑으로 평화의 인사를 나눕시다. 2004년 성탄은 십자가에 못 박힌 뜻을 되새겨 모든 갈등과 불화가 종식되고 종교와 지역, 인종과 이념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화해하는 성탄이 되기를 함께 기도합시다.
2004년 성탄절에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