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경
이번 중앙위원회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매우 중요한 회의였다. 왜냐하면, 오는 2006년 포르트 알레그레에서 열릴 제9차 총회의 주제를 결정해야 했고, 올해 12월이면 퇴임하는 현 콘라드 라이저총무의 뒤를 이을 새 총무를 선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압박이 갈수록 더해 가면서, 이번 중앙위원회를 통해 회원 교회들의 회비를 조정함으로써 WCC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경상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었다.
내용적인 측면을 살펴 보면 이번회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우선, 이번 회의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주제는 '치유를 위한 돌봄'(Caring for Life)이였다. 이것은 지난번 하라레 총회이후 처음 열린 중앙위원회가, 오는 2006년의 제9차 총회까지 WCC가 중점적으로 모색해야 할 네가지의 주제로 설정한 '교회로 바로 서기'(Being the Church), '생명을 위한 돌봄', '화해의 사역'(Ministry of Reconciliation), '세계화에 대응하는 공동의 증언과 봉사'(Common Witness and Service amdst Globalization) 하나이다.
'치유를 위한 돌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이번 회의에서 특히 관심을 끈 문제는 장애인 문제와 생명공학을 둘러싼 윤리의 문제였다.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에큐메니칼 장애인운동 네크웍'(EDAN)이 작성, 제출한 중간성명서 '만인의, 만인을 위한 교회'(A Church of All and for All)가 채택됐다. 생명공학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라이저 총무의 보고서를 통해 '생명을 둘러싼 기술에 특허권을 부여하고 이것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총회에서 다뤄진 또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이른바 '에큐메니칼운동의 새틀짜기' 문제였다. 라이저총무는 이미 지난번 중앙위원회 보고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한 바 있으며, 이번 회의의 보고 역시 상당부분을 이 문제에 할애하면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2. 의장보고와 총무보고
중앙위원회 의장인 아람 1세는 보고를 통해 '타종교와의 대화와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인류는 더욱 깊고도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인류의 정체성을 보호하고 정체성의 위기로 인한 재앙을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오로지 종교"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종교들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하나님의 세계 안에 있는 공통의 정체성을 발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라이저총무의 보고서는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인 '생명을 위한 돌봄'과 '에큐메니칼운동의 새틀짜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명을 위한 돌봄'과 관련된 첫번째 문제, 즉 생명공학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라이저총무는 "생명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속해 있다. 인간 생명에 특허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 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제 2 정책의원회'(Policy Reference Committee II) 보고서의 내용을 반복한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라이저총무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이 결국은 우리 인간들에게 생명의 상징이 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우리는 공동체를 위해 창조됐고, 서로의 은사를 더욱 강하고 크게 함으로써 공동체 각 구성원들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이 실현되고 이를 퉁해 생명이 지니고 있는 선함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에큐메니칼운동의 새틀짜기'에 대해 라이저총무가 강조하는 것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비전을 분명하게 유지하면서 에큐메니칼운동이 드러나는 여러 차원의 모습들을 하나의 자리로 모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새틀짜기'가 운동의 효율성이나 재정적인 호전 등을 위한 기능적 구조적 조정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새틀짜기'를 통해 에큐메니칼운동이 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보다 넓은 영역의 파트너들이 서로 협력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교회들만의 협의체기 아닌 현존하는 모든 에큐메니칼 기구들의 네트워크 형태를 구상하고 있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새틀짜기를 통한 새로운 에큐메니칼운동이 '세계화라는 도전에 대한 교회의 가장 강력한 대응을 대표하는 공교회적 친교의 가치들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해 새틀짜기를 통해 공교회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라이저총무의 보고서 번역본은 기사연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음)
3. 생명을 위한 돌봄 - 장애인 문제
앞에서도 발한 바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의의 중점 주제인 '생명을 위한 돌봄'에 대해서는 생명공학을 둘러싼 윤리문제와 장애인의 문제가 두 차례의 전체회의(Plenary Session)와 성서연구 시간에 다뤄졌다. 생명윤리와 관련해서는 '생명을 위한 돌봄-인간의 유전자'라는 제목이 붙은 제 2 정책위원회의 보고서가 기본적인 성찰을 제공했으며, 그 핵심적인 내용을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장애인문제에 있어서는 EDAN이 준비한 '만인의, 만인을 위한 교회'라는 중간성명서에 핵심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의 출발점은 '하나님의 형상돼로 창조된 인간', 그리고'하나님이 보시기기에 좋았더라는 '생명의 선함'(Goodness of Life)이 장애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이다.
중간성명서는 하나님의 형상과 관련, 하나님이 성부 성자 성령 즉 삼위의 교통체(Communion)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진정한 하나님의 형상은 관계라고 강조한다. 즉 어떤 사람에게는 한계이자 손상인 것이, 공동체 내의 다른 사람에게는 은사가 될 수 있는 공동체 내의서의 관계와 삶이 하나님의 형상이 드러나는 기초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 내에서 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 역시 공동체에 대한 잠재적 은사가 되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장애인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방법임을 이 중간성명서는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관념적인 완전함이 가치를 부여받고 약함은 비난받는 우리의 문화, 그리고 성공만이 강조되고 실패는 감춰지는 우리의 문화' 속에서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아주 중요한 도전이 된다는 점도 중간성명서는 지적하고 있다.
4. 새 총무의 선출
이번 중앙위원회에서는 올해 12월 하순부터 WCC를 이끌어 나갈 새 총무에 케냐 감리교회 소속 사무엘 코비아목사를 선출횄다.(새 총무이 인적사항에 대해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홈페이지 www.kncc.or.kr를 참조할 것)
샘 코비아목사가 총무로 선출됨으로써 한국교회와 WCC의 관계가 새로운 관심을 얻고 있다. 이는 샘 코비아목사가 기본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시아 아프리카 네트웍'이라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즉 이 네트워크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교회가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WCC 실무진에 한국 출신이 포함되는 문제 등이 벌써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샘코비아 총무의 등장과 관련해서 진정으로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것은, 그가 갖고 있는 '아프리카적인 마인드'가 WCC의 프로그램에 어떻게 구체화되느냐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개신교는 서구는 물론 다른 제3세계와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토착적인 모델로 발전해 왔다. 그리고 나라에 따라, 교파에 따라, 신앙행태 역시 아주 다양하다. 이같은 문화적 다양성과 심오함에 대한 경험이 에큐니칼운동에 어떤 모습으로 반영되느냐 하는 것이 '샘 코비아가 이끄는 WCC'를 감상하는 포인트인 것이다.
5. 차기 총회와 관련된 사항들
이번 중앙위원회에서는 다음번 제9차 총회의 주제를 '하나님, 당신의 은사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God, in Your Grace, Transform the World)로 정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또 이 총회의 예산을 약 630만 스위스프랑을 책정했다.
차기 총회의 총대 수는 약 700명 정도로, 현재보다 300명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번 중앙위원회에서 논의된 '의석 재분배'가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교회의 참여 문제가 결국은 의석 분배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700명 중 정교회의 비율이 4분의1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이번 회의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계속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총대 수가 줄어들면서 여성과 청년의 참여가 줄어드는 것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 중의 하나이다.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도, 정교회의 요청에 따라 지금의 '다수결'에서 '합의제'(Method of Consensus)로 바뀌게 된다. 이는 지난번 중앙위원회에서 결의된 바 있으며, 지금은 그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논의중이다. 물론 이에 대해 일부 교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6. 사회적인 문제
WCC가 갖고 있는 사회적, 국제적 문제는 이번 중앙위원회가 채택한 'Public Issue Committee'의 2차 보고서에 모두 나와 있다. 이 보고서에는 사이프러스를 비롯해서 팔레스타인, 짐바브웨, 전후 이라크, 라이베리아에 대한 WCC의 관심과 권고사항이 포함돼 있으며, 원주민의 언어가 사라지는 현상 등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담겨 있다. 이 보고서의 전문은 WCC 홈페이지 www.wcc-cor.org 에 수록돼 있다.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폭력극복 10년'(DOV) 프로그램에서 내년도 집중 관심 대상국으로 미국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 등에 있어서 세계 최강임에도 불구하고, UN과 국제사회의 의사에는 안중도 없기 때문이라고 프로그램위원회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DOV 프로그램은 2005년에는 아시아를, 그리고 2006년에는 라틴 아메리카를 집중 관심대상으로 삼아 예의 주시할 예정이다.
7. 기타
이번 중앙위원회에서는 재정적인 압박을 극복하고 최소한의 경상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원교회의 회비를.조정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이 제도의 핵심은 모든 회원교회가 적어도 1000 스위스프랑 이상의 회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세와 국가를 고려해 금액은 다르게 매겨진다. 이를 통해 WCC가 노리고 있는 것은, 현재 60%에 불과한 회비 납부 비율을 100%로 끌어올리고, 2006년까지는 회원교단 회비 수입이 1000만 스위스프랑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2002년의 경우, 342개 회원교회 중 226개 교회만이 회비를 납부했으며, 회부 수입 총액은 650만 스위스프랑이었다.
이번 중앙위원회에서는, '2003-2005 프로그램 계획'이라는 문건이 배포돼 눈길을 끌었다. 이 문건에는 WCC 가 관심을 두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그 구체적인 내용과 예산을 포함해 자세히 설명돼 있어, 차기 총회까지 WCC의 활동을 살펴 보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자: 민 성 식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