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건국과 Nakba
1947년 당시, 팔레스타인의 영토 5%만을 갖고 있던 유대인들에게 56.5%의 땅을 할애하는 유엔의 영토 분할 안에 따라 이스라엘은 1948년 5월 14일, 국가를 수립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제안을 당연히 거부하게 되며 바로 그 다음 날인 5월 15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집트,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라크 등의 연합군과 이스라엘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 이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 15,000명을 학살하며 인구 절반이 넘는 75만 명 이상을 난민으로 강제 추방한다. 또한 400개에서 530개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마을들을 파괴했다. 이스라엘은 1950년 3월, 아랍인들의 토지 몰수를 정당화하기 위한 ‘부재자 재산환수법’을 만들고, 모든 유대인들이 이스라엘로 돌아올 권리와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귀환법’을 1950년 7월에 제정한다. 현재는 약 460만 명의 난민들이 서안, 가자, 시리아, 그리고 레바논 등의 난민캠프에 거주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난민과 내부적으로 추방된 사람들은 총 7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난민들이 자신들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권리를 명시한 ‘유엔 결의안 194’이나 국제법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이며, 1948년에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대재앙(Al-Nakba)은 현재까지도 진행되고 있다.
벨푸어 선언과 Nakba
벨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은 1917년, 영국의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Arthur James Balfour)가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의 국가 수립을 약속한 외교선언이다. 이것은 1915년, ‘전쟁에서 영국 편을 드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에 아랍 국가 건설을 돕겠다.’고 했던 영국의 ‘맥마흔 선언(Macmahon Declaration)’과 충돌하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제국에 의해 만들어진 비극의 시작이다. 제국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서쪽의 끝 팔레스타인과 동쪽의 끝 한반도에서는 땅이 나뉘었고 냉전의 38선이 그어졌다. 세계 평화 위기의 양대 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2017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벨푸어선언 100돌 기념 만찬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영국이 선구적 역할을 해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팔레스타인 정치인 하난 아쉬라위는 <가디언>지 기고를 통해 “밸푸어는 누군가의 고향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약속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Nakba의 현실
1967년 서안과 가자 지구의 면적은 1948년 당시 팔레스타인 영토의 22%에 불과하다. 1995년 오슬로 협정에 의해 팔레스타인은 이 22%에 불과한 영토를 점유하게 되었고, 이스라엘은 나머지 78%에 대하여 점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에 정착촌을 건설하였을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영토를 다시 분할하여 2002년 6월부터 분리 장벽을 건설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9M 인종차별 장벽은 90km나 되며 서안 지역 내 분리 장벽의 총 길이는 725km에 달한다. 장벽의 통문은 모두 60개 이지만, 그 중에 3분의 2는 팔레스타인 거주자들은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예루살렘에는 모두 12개의 문이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은 단 4개만 이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이스라엘 거주자들을 위한 것이다.
22,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감옥에 투옥되어 있고 팔레스타인 투옥자들은 의료 진료, 가족의 방문, 학교 교육 등을 금지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독방에 감금되기도 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수감자 중에는 어린이 수감자들도 있다. 2000년 이후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서 기소된 어린이의 수는 7,500명에 달한다. 어린이들은 수감될 때부터 가혹행위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 야간에 체포되어서 가족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신문을 받고 있다. 출감된 어린이들의 90%가 심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누구의 눈으로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대재앙’이란 무엇인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인종청소와 학살이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 아닌 지금도 진행 중인 현실이다. 또한 ‘근본주의’와 ‘정치적 기독교시온이즘’으로 이에 철저히 눈감고 있는 세계 교회와 한국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그들의 기도이자 탄식이다.
“100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땅에는 여전히 정의가 없다. 차별과 불평등, 군사적 점령과 조직적 억압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불가능의 순간’에 도달했다. 세계 교회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조차 팔레스타인 땅에 식민지 국가가 건설되는 것을 지지했고 팔레스타인 국가와 민족을 철저하게 외면하며 심지어 비인간화시키고 있다.”(2018, 팔레스타인기독교단체연합(NCCOP)이 WCC와 에큐메니컬 운동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세상의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하나님의 평화’를 실천하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요청한다. “만일 당신이 팔레스타인 민중들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의견을 지지하는 근본주의적인 신학적 입장을 지니고 있다면 이를 재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에게 가해진 점령의 죄로 인하여 팔레스타인 백성들이 고통을 당하는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그리고 질문한다. ‘하나님의 평화’는 무엇인가? 한국 시민사회와 신앙인들이 누구의 눈으로 평화를 말할 것인가? 응답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반도와 팔레스타인에 평화를 만드는 일이다.
“만일 당신이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당신은 억압하는 자의 편을 든 것이다. 만약에 코끼리가 생쥐의 꼬리를 밟고 있을 때 당신이 중립을 지킨다면, 생쥐는 당신이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전혀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데스몬 투투 주교)
-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