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가장 비인간적인 세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갈라놓은 세상’입니다.
“마음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NCCK 비정규직 이야기 마당 개최
- 청소노동자의 증언 “고된 육체노동에도 아프면 해고될까. MRI비용 45만원 월급의 절반”
- 청년비정규직 알바노동자의 증언 “대학등록금 위한 알바 벌써 5년째, 저에겐 시험기간도 공휴일도 없어.”
- C&M 케이블비정규직 노동자의 증언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수리, 또 수리. 그러나 돌아온 건 해고"
“○○대학교의 청결을 위해 새벽 5시 30분부터 땀 흘리지만 정작 우리는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것이 너무 서러워요.” 청소노동자 장보아 씨의 한마디 말이 함께한 모든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월 116만6천원, 실 수령액 105만원이 2013년부터 ○○대학교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 장보아(60) 씨가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 받는 임금이다. 하지만 그를 더욱 힘빠지게 하는 것은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적인 처우다.
규정상 청소용품 비용이 책정돼 있지만 청소용품을 사달라고 하면 혼나기가 일쑤여서 개인비용으로 이를 구매하기도 하고 식대가 지급되지 않는 열악한 상황에서 감독관 점심 반찬을 미화원들이 돌아가며 싸오기도 한다.
고된 육체노동에 시달리기에 이곳저곳 아프지 않은 곳이 없지만 감독관에게 아프다는 소리를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아프면 그만두라는 핀잔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차피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병원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학 청결을 위해 새벽 5시 30분부터 땀 흘리지만 정작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 서럽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대책한국교회연대(가)<이하, 비정규대책교회연대>가 “한국 노동자의 절반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앓이에 귀 기울이기 위해 마련한” ‘비정규직 이야기마당: 마음으로 듣는 이야기’가 지난 8일 저녁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개최되었다.
이 자리에서 참가자들은 ○○대학교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고 계신 장보아 노동자, 5년간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는 김영 노동자, 그리고 지난 2014년 겨울 C&M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와 관련하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한 강성덕 노동자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카페, 호텔, 영화관 등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김영(24) 씨는 방송통신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호텔에서 일할 당시에는 매일 근로계약을 작성해야했고, 그나마 잦은 업무장소 변경에 궁금증을 느껴 호텔 측에 취업규칙 열람을 신청했다가 인력공급업체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김영씨가 아직도 월 25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하면서 버는 수입은 월 100만원. 그가 호주에서 경험한 최저임금의 주급에 해당하는 액수다. 물론 시험기간에도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고 공휴일에도 쉴 수 없는 액수이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힘들어 하는 것은 시험기간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다른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와 공휴일에 극장에서 알바를 할 때 가족단위의 관람객을 보는 일이다. 이유는 점점더 사회와 멀리 떨어져 혼자만이 섬으로 남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 하청업체에 근무하며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한겨울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위에서 고공농성을 해야만 했던 강성덕 씨(35)는 정규직으로 알고 2006년 C&M에 입사했다. 그러나 현실은 협력업체 ‘시그마’의 계약직 노동자. 그나마 ‘시그마’가 C&M의 협력업체 수수료 8년 동결에 법적 소송을 제기하자 계약이 파기되었고 노조가입을 이유로 고용이 승계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도시 한복판에서 한겨울의 찬바람을 견디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던 것이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수리, 또 수리를 하며 일해야 했던 당시의 이야기들을 전하며 “여러분이 살면서 마주치는 많은 분들은 아마도 비정규직 노동자”일 것 이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이야기 마당은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이들의 사정을 널리 알려 비정규직이 만연한 한국사회의 고용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게 될 12명의 청중단을 모집하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비정규직연대는 한국 교회에 노동과 경제에 대한 성서적, 신학적 근거를 마련해 알리고 노동시장의 왜곡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정책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개신교계 내 교육기관, 병원, 기업들과 함께 비정규직 근절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