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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대한 교회협의 입장

입력 : 2011-11-23 04:28:49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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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비준 동의안 처리를 강력히 규탄한다! 

“불의한 법을 공포하고, 양민을 괴롭히는 법령을 제정하는 자들아,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 (이사야 10:1-4)

우리는 이미 지난 10월 13일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입장’에서 한·미 FTA 비준안은 국가의 근간인 경제구조를 변경하는 사안이이기에 반드시 여야 합의로 처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 기습적으로 단독 처리한 처사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표명한다. 더욱이 이러한 폭력적 국회 운영에 항의하고 민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의를 외친 시민들을 향해 한겨울임에도 무차별적으로 물대포를 살포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마구잡이로 시민을 연행한 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한·미 FTA가 시행되면 업종, 지역, 계층에 따라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집권 여당에게 권력을 맡긴 국민의 뜻이다. 따라서 여당은 국민의 한 부분을 대변하는 야당과 진정어린 대화와 토론을 벌이고 여야 합의를 통해 국가 대사를 결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근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집권 이후 주요 안건의 단독처리를 즐겨왔으며, 이번에도 역사의 죄를 되풀이 하였다. 이것은 여당이 스스로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파괴하는 폭력이다.

한·미 FTA는 농축산가의 붕괴에 따른 식량주권의 상실, 제약·의료기기 산업의 타격과 진료비 상승에 따른 국민 건강권 악화, 대규모 해외 금융자본에 의한 우리 자본 토대의 붕괴 등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재협상을 밝히긴 했지만, 이미 양국 의회의 비준을 마쳤고, 개정에 대한 어떤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의 재협상은 무의미한 것이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은 현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성채를 짓고 있다. TPP는 미국과 태평양을 둘러싼 8개국(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싱가포르)이 창설하기로 한 자유무역지대로 일본과 한국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미국이 새로운 경제 블록을 창설하는 것은 경쟁국인 중국을 포위하고 세계 경제를 지배하려는 프로젝트로서, 한·미 FTA 성사는 TTP 성공의 필수적인 선행요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급한 쪽은 미국이기에 우리 정부는 좀 더 여유를 갖고 국민 의사를 통합하면서 협상의 유리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음에도, 도리어 우리나라 정부와 여당이 서두르는 바람에 실익을 놓치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한·미 FTA는 단순히 손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시스템의 대 변혁과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의 파산이 예상되는 중대한 일임에도 여당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거를 단행한 것이다.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한국교회는 이번 한·미 FTA 비준안 통과의 과정과 결과가 우리의 신앙인 생명·평화·정의와는 배치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불의를 감행하는 정부 여당에 다음가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1. 날치기로 통과시킨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효화하라.

2. 민주주의를 말살한 한나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여당 대표와 국회의장은 사퇴하라.

3. 연행한 시민들을 즉각 석방하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찰은 사과하라.

2011년 11월 2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