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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용산철거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입력 : 2009-02-09 04:32:45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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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는 용산 참사와 관련해 “경찰에서는 사법적 책임이 없고, 농성자 20여 명을 기소하겠다”는 이번 발표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 없습니다. 이번 발표는 검찰이 모든 사법적인 책임을 입주 철거민에게 돌리고,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고 공권력의 과잉진압과 불법에 대해 면죄부를 발부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본회는 검찰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많은 의문점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펼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

이와 함께 수사 내용과 무관하게 김석기 경찰총장 내정자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랍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경찰의 무리한 진압 과정에서 우리 국민 6명이 생명을 잃었음에 애도를 표하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립하길 촉구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용산철거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 검찰은 전면 재수사하고, 김석기 경찰총장 내정자는 사퇴하라 --

“경찰에게는 사법적 책임이 없고, 농성자 20여 명을 기소하겠다”는 검찰의 발표를 듣고 우리는 참담한 심정과 함께 국민들의 인권을 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공권력으로서의 책무를 검찰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용산 철거민들의 농성은 천 명이 넘는 경찰이 포위하고 경찰특공대를 투입해야만 하는 긴박한 ‘테러’ 상황이 아니었고 도심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고통을 겪는 입주민들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주거권을 호소하기 위한 행위이었다. 재개발 지역의 조합과 철거 대행의 용역업체 그리고 입주철거민 사이에 이와 같은 갈등을 우리 사회는 이미 여러 차례 겪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경우에 경찰은 자체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고 그동안 철거민 입주자들을 괴롭히고, 또 다른 민사적 다툼의 이해 당사자인 용역업체까지 동원해 테러작전을 감행하듯 과잉으로 진압했다. 그 결과 6명의 사망자와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일어났음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사건 수사에서 검찰이 이 사건의 귀책 사유가 전적으로 철거민 농성자들에게 있다는 예단을 가지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이미 지적한 바 있는데 모든 법적인 책임이 철거민에게만 있다는 결론을 내린 오늘 발표 내용은 그 지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철거민 농성 사안과 다르게 농성 하루 만에 시작된 경찰특공대의 과잉 진압의 결정을 어느 직위에 있는 어떤 사람들이 내렸는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결정권자들에게 법적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또 망루에 인화물질이 다량 있어서 생명의 위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비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고 작전을 감행한 사실은 농성자들의 사고와 죽음 가능성에 대해 주의를 불충분한 것이고, 더 나가서 미필적 고의성을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음을 방기하고 있다.

더구나 유가족과 논의 없는 부검 문제, 망루에서 탈출한 고 이수성 씨의 사인에 대한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장이 보고를 받은 내용과 지시한 범위, 용역업체 직원의 물대포 발사에 대한 경찰의 책임, 용역업체 직원들의 방화 행위 방관 등은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는 법조인들의 견해에 대해 신뢰할 만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또한 경찰과 용역 업체의 행위에 관해서는 적극적인 수사가 없었으며 언론이 화면 방송들과 같이 증거를 제시하고 문제점을 제기하면 마치 이를 해명하기 위한 인상을 주는 수준에서 수사를 해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결국 검찰은 이번 발표를 통해 모든 사법적인 책임을 입주 철거민들에게 돌리고,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고 공권력의 과잉진압과 불법에 대해 면죄부를 발부했다. 이는 검찰이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법적인 공정성을 포기했다는 증거라고 볼 수밖에 없고, 이번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또한 정부라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원칙’인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적인 약자를 책임지겠다는 원칙’을 과연 이명박 정부가 어느 경우에 처해도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번 검찰 수사 발표 내용과 무관하게 김석기 경찰총장 내정자는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란다.

검찰은 더 이상 용산 참사를 정치적 고려가 아닌, 우리 사회의 약자 권리 보호 차원에서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 최소한 현재 ‘진상조사단’에서 제기하고 있는 많은 의문점들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전개하여 진상 규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만약 검찰이 그럴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일부에서 이미 제기한 대로 특별검찰을 통해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 과정에서 우리 국민 6명이 생명을 잃었음에 애도를 표하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립하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아 약자 보호와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촉구한다.

2009년 2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권오성
정의평화위원장 정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