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장애인교류세미나가 10월14~16일 일본 후쿠오카 큐카무라 시카노시마(休暇村, 志賀島)에서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창1:31>는 주제로 양측 64명(한국 27명, 일본 37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첫째날 개회예배에서 일본성공회 하시모또 가츠야 사제는 ‘약할 때 일수록 함께 걷게 하는 빛’이란 제목으로 설교말씀을 전했다. 가츠야 목사는 맹인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장애를 함께 느끼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장애인과 함께 친밀감과 공유의 마음을 나누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예수님이 바로 ‘저 불쌍하고 가엾은 사람(누가 18장)’들과 함께 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고전 12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체 속에서 약함과 추함, 부족함을 함께 채우며, 상호간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듣고 느낌으로 약한 자뿐 아니라 모든 이가 상호간의 위로, 중보의 기도, 감동의 교류가 있는 평화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바로 ‘선한 자의 삶’임을 강조했다.
이어 환영만찬회에서 일본측의 나카무라 유스케 ‘障害者와 교회문제위원회’ 위원장과 한성현 일본 NCC 부의장의 환영사와, 한국측 이예자 장애인소위원회 위원장과 조동교 목사(시작장애인선교회 회장)가 각각 답사를 했다.
둘째날 조찬기도회는 숙소 바로 앞 해변가 언덕에서 야마가따 농아인교회 마쯔모또 에이지 목사가 한국과 일본측 수화통역자를 통해 말씀을 우리에게 전달했다. 에이지 목사는 여러 장애를 갖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다들 웃고 놀 때, 농아인 자신은 못 듣고 서로 통하지 못해, 홀로 외로운 때가 많았다면서, 수화는 하나님이 예비해 주신 농아자의 언어라고 말했다. 농아인에게는 모국어가 아닌 수화가 제 1언어라면서, 성경도 ‘수화번역 성경’(비디오, DVD)이 시급하고, 일본어성경 전권이 하루빨리 수화로 번역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왜냐면, 누가복음 2장10절에서 ‘무서워 말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소식을 전하노라’고 했는데, 천사가 수화로 즉, 통하는 이미지로 목자에게 전했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복음을 접했던 것처럼, 농아인에게 수화 성경은 복음의 통로 수단이라고 말했다.
주제 강연은 일본의 칼 바르트 신학의 최고 권위자인 테라조노 요시키 목사(西南學院院長)가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들을까>에 대해 말했다. 요시키 목사는 이 창조의 이야기는 예수 그리스도, 그의 생애, 십자가와 부활을 기준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장애자에 대한 시각과 관점은 마이너스의 가치가 아니라면서, 하나님의 벌(레위기 26:14~17)이 아닌 ‘하나님의 선물’(마태 11:2~15)로 인식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장애인신학의 패러다임의 전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애인은 하나님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이며,, 예수님의 관점에는 ‘하나님의 일’을 나타내기 위한 존재, 소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해하고, 장애인에 대해 제자들의 관점이 아닌 예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장애인 신학을 형성해야 하는데, 이는 예수 자신이 장애를 가지신 분으로 ‘장애자 예수’에 대해 언급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장애인의 의’를 언급하면서, 장애자 예수의 부활 사건은 장애의 가시를 제거하는 것으로서, 장애도 인간에 대한 풍성한 은혜의 하나님을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면서, 장애자에 대한 시각은 ‘십자가의 그리스도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말했다. ‘장애인의 의’는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고통 속에서 존재하는 것에서부터 ‘義’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측 이계윤 목사(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의 ‘한국 장애인복지선교의 현황과 과제’와 김종복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연수제일교회)의 ‘신앙 안에서 찾은 자존감’ 그리고 일본측 김조남 장로(재일대한기독교회 나고야교회)의 발제가 각각 이어졌다.
이계윤 목사는 한국의 장애인선교복지의 역사에 대한 언급과 장애인에 대한 용어를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長愛人(eternal love, Paul Tillich), 길게 사랑해야 할 존재로 표현할 것을 제안하면서, 장애인 선교의 예수 정신은 마태 25장, 누가 13장에 나타난 것처럼, ’지극히 작은 자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선교의 방향은 장애인의 참여뿐 아니라 장애인들이 주역으로 나설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정책과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 계획으로 ’韓日 장애인복지선교연구소‘ 의 발족과 아시아 지역의 장애인선교의 활성화를 위한 공동 노력을 언급했다.
김종복 목사는 발제에서, 지난 13년 간 자신의 목회지인 연수제일교회의 장애인선교 사역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연수제일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교우 모두가 자존감이 상승되었고, 믿음이 성숙되었으며, 장애인이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이란 인식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이 헌신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선두에 서 있었다면서, 장애인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비전을 함께 실천하는 존재임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사명은 ‘약자와 소외된 그룹들이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측 발제자 김조남 장로는 1928년 9월 시작된 나고야 교회가 사회복지법인 양로원 운영(60명 정원-일본인도 이용)을 비롯한 보육원(한일 어린이 함께)과 노숙자 나눔센터(300명 식사제공) 등의 운영에 대해 소개하고, 모든 인간이 희망을 가지고 사는 존재로서, 장애인도 같은 존재로서, 장애인의 고통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심으로써 구원의 은총을 주셨으며, ’너는 내 것이라‘는 말씀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화해와 용서를 받고, 어둠에서 빛으로 바꾸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자유, 평등, 책임을 기본으로 하여 서로 존중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날 오후에는 마쯔모또 에이지 일본농아복음협회 이사장이 일본농아복음협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아복음협회는 1993년 발족했는데, 얼마전 미국의 ‘수화 성경’소식을 접하고, 농아인의 제 1언어인 <수화역 성경>을 만들게 되었다면서, 지금 10서 13권이 완성되었는데, 이는 일본의 약 35만 명의 농아 중 언어 습득 이전에 청각을 잃은 이들에게 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화성경제작지원헌금을 받고는 있는 중이며, 매년 700만엔 이상의 지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작된 수화번역성경은 VHS․DVD 모두 1권에 100엔에 반포하고 있다. 후원 이메일 fund-raising@bible.or.jp과 홈페이지 http://www.bible.or.jp/collection/col02.html 을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 볼 수 있다.
셋째날 폐회예배는 유원철 목사(한국밀알선교단)의 사회, 한성현 목사(NCCJ 부의장)의 기도로 최대열 목사(명성교회)가 ‘하나님의 하시는 일(요한 9:1~12)’이란 제목으로 설교말씀을 전하고, 조동교 목사가 축도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최대열 목사는 설교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일’은 헬라어로 복수형으로서 단지 육체적 치료만이 아닌, 죄 사함, 영혼의 평안, 영생, 관계의 회복, 사회로의 복귀, 정체성 확립, 사명의 발견, 제자도의 삶 등을 모두 담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하나님의 일’의 드러남은 공공연한 계시적 사건을 담고 있는 동사로서, 장애가 결코 개인적 차원만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이 함께 함을 지적했다. 그래서 신앙을 갖은 장애인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하나님의 하시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장애교류세미나 참석자들은 현장 방문으로, 히사야마료육원(久山療育園)을 방문하였다.이곳은 1967년에 일본침례교회 목사가 <심신장애아에게 헌금을!>이란 구호를 주창하면서, 제 1회 행사를 후쿠오카 시카노시마(志賀島)에서 개최하면서 시작되어, 1976년 9월에 세계 유일의 병원, 교육, 복지 복합시설로서 개원한 심신중증장애인 시설이다.
현재 의사 6명, 간호사 40명, 보육,교육,양호 지도사 등 180여 명이 상근하고 있으며, 창립 성구는 고린도후서 4장 18절이다. 시설의 목적은 중증장애인과 함께 살기(共生, MIT-LEBEN), 장애 어린이들이 세상의 빛으로! 사회의 중심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신체 장애인이 350만 명, 지적 장애인이 416만 명, 정신 장애인이 258만 명 정도인데, 주로 의료∙요육 중심의 치료를 받고 있고, 집중치료가 필요한 장애인도 꽤 많다고 한다. 이곳 요육원은 80명 정도가 입소해 있고, 통원치료를 받는 장애아가 15명 정도이다.
2008년 4월 명칭이 ‘히사야마요육원 중증아의료교육센터(이사장 川野 直人, 센터장 宮崎 信義)’로 개명되었으며, 의료, 간호, 요육(- 중증장애아 식사, 재활치료, 치과진료, 위생관리, 학교교육, 야외활동)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인원 자원봉사자는 3,000명 정도가 요청된다고 한다. 중증장애인의 장애 정도는 모두 각각이라 장애이 한 사람 한사람에게 맞는 개인전용휠체어가 즐비하게 있는 메구미棟을 방문하니, 진정으로 하나님의 은혜(일본어 ‘메구미’는 ‘은혜’라는 뜻)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체 토의에서는 분과별 토의내용을 서로 나누었다. 주요 내용 몇 가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교회의 설교 속에 ‘장애인’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여, 일반 성도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미흡하다.
• ‘장애인 예수’라는 용어는 익숙하지 않은 표현으로서, 향후 성서신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 예수의 (십자가)고통이 하나님의 영광인 것처럼, 장애인의 고통도 하나님의 영광이 될 수 있다.
• 장애인의 자립생활, 인격체로서의 존엄, 노령화, 장애인 교역자의 청빙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 여성 장애인에 대한 신학적 도전이 필요하며, 생명∙생태적 접근이 요청된다.
• 한일 양국의 <성경 수화번역>의 완역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다.
• 2010년 제 5회 韓日 장애인교류세미나는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하다.(서울外 지역에서)
* 정리 : NCCK 장애인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