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8월 5일과 6일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21세기 전략적 동맹 관계로서의 한미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주요한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시 미국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21세기 한미관계는 자주적이고 대등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 한미관계는 굴곡을 거듭해 왔다. 제너럴셔먼호 사건과 신미양요를 계기로 역사에 그 모습을 드러낸 한미관계는 일본의 조선침략 과정에서는 가스라-태프트의 밀약을 통해 역사의 이면 속에 모습을 감추더니, 8.15해방과 남북 분단, 한국전쟁의 과정을 통해 전면적 관계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관계의 성격은 대등하고 자주적인 국가관계가 아닌 예속적이고 일방적인 관계로 규정되었다.
한반도는 국제적 냉전해체의 역사적 걸음에서 제외된 채 대결과 분단이 강요되어 왔으며, 한미 간의 자주적 관계 발전 또한 왜곡된 채 일방적 정치, 군사, 외교, 경제관계가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을 빚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세계 전략, 특히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전략이다.
그러나 이제 21세기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의 정세는 근본적인 전환이 요청되고 있다. 길게는 150여년, 짧게는 60여년이 넘게 진행되어온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대결은 북미/조미 간 수교를 예고하면서 마지막 단계에 서있고, 전쟁 중지에 그쳤던 정전체제는 종전협정과 평화제체로의 전환을 전망하고 있으며, 남북 간에도 6.15공동선언과 10.4합의를 통해 평화번영과 통일의 시대를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의 전환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미 간의 소위 “21세기 전략동맹”이다. 21세기 전략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지배예속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21세기 한미동맹의 본질은 미국의 강경지배세력은 어떻게든 한반도의 냉전 분단질서를 유지해 기득권을 지키고, 한국의 보수지배세력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등장한 이명박 정권과 더불어, 21세기에도 냉전, 분단, 수구, 지배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21세기 한미동맹”은 다가오는 평화와 통일의 훈풍에 의해 눈이 녹듯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동북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올바른 관계 정립을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
2.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재협상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지난 4월 워싱턴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국 땅에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는 거센 촛불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연인원 수백만 명이 참가한 이번 촛불시위에 한국교회도 함께해 오고 있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민심은 명백해졌으며, 여론 또한 정해졌다.
이런 민심과 천심을 외면하면, 국민적 저항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미정상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이번 회담에서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출입을 즉시 중단하고, 이를 한국 국민 요구에 맞게 재협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쇠고기 문제를 넘어서 이명박 정권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되면, 어떤 불행한 상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3. 한국군과 경찰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주한미군 주둔 비 인상을 반대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로 한국군 혹은 경찰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 자이툰 부대의 주둔연장, 주한미군 주둔 비 인상 등이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런 의제야 말로 한미 간 21세기 전략동맹이 ‘예속적 동맹’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우리는 현 상황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어떤 형태의 파병도 반대한다. 한국의 파병은 해당지역의 평화가 아닌 미국의 지배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평화적 의무를 규정한 우리의 헌법을 위배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또한, 현재 협상중인 주한미군 주둔 비 인상을 반대한다. 6자 회담에 의해 핵문제가 해결되면서, 평화협정이 거론되고 북미 간 수교가 예상되는 때에 주한미군은 그 규모와 비용을 줄여야 할 것이며 종국적으로 철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주한 미군의 주둔비 삭감을 강력히 요구한다.
이제 부시 미국대통령은 퇴임을 6개월 정도 앞두고 있다. 그의 임기는 9.11 사건을 비롯하여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고유가, 세계 경제침체로 이어진 암울한 시기였다. 그가 한 업적은 전쟁과 눈물, 경제 파탄을 불러온 무능이었고 어둠의 일들뿐이다.
이런 현실 인식 속에서, 우리는 그의 방한에 깊은 유감을 갖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에, 우리 민족에게 무슨 평화와 희망의 내용들이 담아질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이에 우리는 부시 미국대통령이 지난 8년 동안 했던 일에 대해 다시 유감을 표명하면서 그의 방한을 규탄한다.
주후 2008년 8월 4일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