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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 인권위원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

입력 : 2004-04-30 02:38:05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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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C 인권위원회 창립30주년 기념예배와 축하행사가 4월 29일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되었다.

지난 30년간의 활동을 돌아보고, 다양하게 변모된 현실 속에서 인권 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그 동안 우리나라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참여했던 분들과 현재의 인권위원, 지역 NCC 위원, 청년, 인권단체 대표 등 약 280여명이 참석했다.

 

1부 기념 예배는 문장식 목사(KNCC 인권위원장)의 사회로 윤문자 목사(KNCC 교회와사회 위원)의 기도, 박형규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의 설교, 안영로 목사(30주년 행사 후원회장)의 격려사, 이두희 총무(EYC)의 30주년 선언문 낭독, 그리고 김순권 목사(KNCC회장)의 축도로 진행되었다.

 

박형규 목사는 ‘인권운동의 출발점’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인권운동은 누가복음 10장 30-37절 말씀처럼 “강도 만난 이들을 돌보는 것”이고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행하라”는 말씀을 충실히 실천하는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을 전했다. 또한 30년 전 군사독재 시절, 온 세상이 얼어붙었을 때 억압당하는 자들을 찾아가서 행한 것처럼 지금도 수많은 강도 만난 이들이 있고 이런 사람들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30년간의 활동을 영상과 사진으로 보며 시작된 2부 [회고와 전망] 시간에는 내빈 소개와 김대중 前대통령, 한승헌 변호사,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의 축사 순서를 가졌다. 김대중 前대통령은 이희호 여사가 대독한 축사를 통해,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당시 인권운동의 소중함과 당신 본인도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회고하며, 대통령 임기시 인권문제에 특별히 관심 갖고 정책에 반영하려 노력했음에 대해 언급했다. 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은 KNCC 인권위원회의 창립이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작한 단체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3부 순서에는 공로패와 감사패 증정의 시간을 가졌다. 故 이해영 목사를 비롯한 역대 인권위원장과 이직형 장로를 비롯한 인권 사무국장, 그리고 구속자가족협의회 활동을 열심히 해 주신 박용길 장로, 이소선 여사(전태일 열사 어머니)와 당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목요기도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해 주신 유운필 목사, 조화순 목사 등이 공로와 감사의 패를 수여 받았다. 이어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인권선교를 위한 약정헌금 시간을 갖고, 정철범 주교(대한성공회 관구장)의 인권운동 발전을 위한 축배에 이은 만찬으로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날 발표된 ‘인권위원회 30주년 선언’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인권위원회 30주년 선언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해 달려가자!”(빌3:13-14)

 

인간의 존엄과 선교의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사명이며 권리이다. 이 일을 위해 1974년 5월 4일, 드세게 몰아치던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칼바람을 온 몸으로 막기위해 하나님께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를 출범시켜 주셨다. 인권위원회가 걸어왔던 지난 30년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려야만 했던 고난의 세월이었다. 인권위원회를 중심한 목요기도회를 비롯한 수 많은 기도회와 집회를 통해서 인권과 선교의 자유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였고, 또한 이 땅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는 통일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임을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런 일들을 통해서 역사의 현장인 민족의 아픔에 참여하며 고난당했고 그것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온 몸으로 채우는 기쁨이었음을 고백한다. 이에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인권위원회를 도구로 삼아 역사를 창조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지난 세월 동안 흘렸던 고난의 눈물은 민주주의 씨앗을 자라게 하였다. 군사정권 이후 민주주의와 통일문제는 크게 진전되었으며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17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국회의 주도세력이 뒤바뀌는 놀라운 역사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인권을 압살하고 민중을 억압하는 일에 앞장서고 협력해 왔던 독재의 후예들이 약화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던 사람들이 국회의 주도세력으로 교체되었다. 이제는 이 변화가 제반의 비민주적 요소들을 제거하여 민주주의와 통일을 발전시킬 수 있는 촉매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비민주적 악법과 제도가 남아 있으며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군사주의 문화가 엄존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비민주적 악법과 제도, 그리고 낡은 문화를 고쳐갈 때만이 우리 사회가 사랑이 깃든 사회, 성숙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에게 맡겨진 일은 무엇보다 먼저 국가보안법을 용도폐기시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인권과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국가보안법이었다. 인권을 탄압하는 가장 대표적인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남겨놓고서 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으며 통일을 말할 수 없다. 또한 언론의 자유를 위해 옹호하며 헌신해 왔던 우리는 진정한 언론의 자유는 국민의 언론 자유이지, 특정 재벌과 가문, 특정 정파의 나팔수들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이제 특정 세력이 독점하는 왜곡된 언론은 개혁되어야 한다. 그리고, 시민의 기본권리인 집회의 자유를 크게 제약하는 집시법은 개정되어야 한다. 아울러서 과거 민주화 운동을 위해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 활동이 폭넓게 보장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약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일에 더욱 많은 관심과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우리 인권위원회는 지난 30년의 성과와 부족한 점에 안주하지 않으며, 오로지 하나님의 이끄심을 믿고 인간의 존엄과 선교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한 길을 기쁨으로 여기며 앞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임마누엘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기를 기원한다.

 

2004년 4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30주년을 맞이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