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대한성공회>이재정 신부 성명서와 사제단 성명서

입력 : 2004-02-06 05:43:29 수정 :

인쇄

[성명서] 국민여러분께 드립니다.

 

국민여러분께 드립니다.

 

혹시나 저로 인해 우리 정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실망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이 글을 씁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허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저의 행위는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해 보았지만, 이미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은 그것조차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다소 억울하고 서운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록 그 작은 허물마저도 단죄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수렴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우리 정치의 작은 허물조차 청산하고 정말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를 실현하는 출발이자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저의 허물을 밟고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부패에서 자유로운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저는 사법부와 검찰의 판단을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바램에 부응하지 못하고 이런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서게 되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망설임과 고민 끝에 정치권에 입문한 지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그 진흙탕에 뭐하러 가느냐” “멀쩡한 사람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들이 정치판에 들어가야 우리 정치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격려를 지금도 생생하게 제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콘크리트 같은 기존 정치질서와 권위에 도전도 해보았고, 때로는 저 스스로 정한 원칙에서 물러서 타협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정치가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기도 했고, 어떤 경우에는 개인의 힘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정치에 절망하고 있지만 그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양식 있는 다수의 정치인들이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해온 결과가 지금 우리 눈앞의 변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만큼 정치는 변하지 않고 있는 것 역시 우리 정치의 현실입니다. 여전히 우리 정치는 많은 국민들의 불신과 조소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정치를 포기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고, 우리 민족의 내일도 없습니다. 모든 변화의 종착역은 바로 정치입니다. 정치를 바꾸어야 나라가 삽니다. 제가 이 평범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기존 질서를 극복하고자 노력했지만 바로 저 자신이 그 기존의 질서에 갇혀 좌초했습니다. 결코 상황만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 역시 그 상황에 안주하고 타협했습니다. 많이 부족했습니다. 어쩌면 역부족이었습니다. 전적으로 저의 부덕의 소치입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국민 여러분! 현실이 그렇더라도 우리 정치를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변화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갈망하는 바로 여러분의 손으로 우리 정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기존 질서 속에 좌초되어 가는 허물 있는 사람의 입으로 정치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것 역시 합당하지 않겠지만, 모든 것을 비워버린 자연인 이재정의 간절한 바램으로 이해해 주신다면 더 바랄 것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짧은 4년 동안의 정치경험 속에서 저는 두 번의 창당과정을 겪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창당과정에서 총무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공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저의 이런 부적절한 행위가 더 이상 당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우리당을 아끼고 지지해 주었던 많은 지지자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역시 사죄드립니다. 비록 갇혀 있지만 열린우리당이 더욱 새롭고, 더욱 깨끗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제1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2004년 1월 28일 이재정 드림

 

 

 

성공회 사제단 성명서

 

대한성공회 사제단은 이재정 전 의원의 구속과 관련 지난 1월 30일 유감의 뜻을 열린우리당과 정동영 상임의장에게 전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로로도 귀 당의 성의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매우 안타깝고 참담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귀당과 의장의 성의 있고 책임있는 답변을 바라며 이 서한을 드립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이땅의 정치를 올바로 개혁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우리는 아픔을 감내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혁의 명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의 도덕성과 책임이라고 믿습니다.

 

이재정 신부의 정치입문과 활동이 대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듯, 구속과정에서 그가 내놓은 양심고백은 이런 대의에 충실코자 한 결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충정을 동반한 그의 희생에 대해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최소한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마치 남의 일인 양 무성의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개혁과정의 도덕성과 명분, 더 나아가 이 정권이 추구하고자 하는 올바른 정치의 기반과 미래 마저도 포기한 처사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이재정 개인에 대한 초법적 선처나 면죄부가 결코 아닙니다. 그는 이미 필요이상으로 매도됐고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너무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은 그 과정에서 보여준 현 정권과 귀 당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문제에 대한 해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은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귀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향후 대책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만일 이번에도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선자금 관련 최종 책임자이며 궁극적 수혜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임을 밝혀두는 바입니다.

 

우리의 요구

  • 이재정 전 의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번 사태에 대한 귀 당의 공식입장과 대책을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 이번 사태로 인한 교회의 명예 실추와 상처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장이 교회에 직접 방문 사과하기 바랍니다.
  • 지난 대선자금 관련 최종책임자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국민 앞에 공식 사죄하고 거듭나는 자세로 총선과 정치개혁에 임할 것을 천명하시기 바랍니다.

대한성공회 사제단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