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CC 인권위원회(위원장 문장식 목사)는 다가오는 성탄절을 맞이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장관 앞으로 '사형수 52명을 무기수로 감형'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12월 9일 발송했다. 아래는 서한의 전문이다.
예수 탄생을 기다리는 대강절에 주님의 평화가 노무현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사형폐지 입법화를 통해 반생명적이며 비인간적인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바라면서, 현재 수감 중에 있는 52명의 사형수에 대해 무기수로 감형해 줄 것을 대통령님께 간곡히 청합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의 임기 중에는 사형집행을 유보함으로써, 우리 나라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될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시다시피 모든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사형제도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생명권을 부인하는 제도이며, 법의 이름으로 생명권을 빼앗는 제도적 살인이기도 합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1989년을 '사형폐지의 해'로 선포하고, 회원국에게 사형집행 유보와 사형폐지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으며, 국제엠네스티도 한국 정부에게 사형폐지를 요청해 오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회는 지난 2003년 7월 1일 사형제 전면폐지를 명기한 의정서를 발효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12월 현재 인권선진국을 포함한 125개국에서는 더 이상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가 명실상부한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 폐지가 필수적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국민의 정부 하에서는 11명의 사형수가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이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과거 정권의 의지뿐 아니라 사형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하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01년 10월 30일 여야 국회의원 155명은 사형폐지 법안을 제출한 바 있으나, 법사위에서는 심의조차하지 않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지난 국회 본회의에서는 정범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얻어 법사위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해 비판을 하기도 했으며, 사형폐지 서명 여야의원들은 국회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며칠 안 남은 16대 국회에서 사형폐지 법안이 논의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에 KNCC 인권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님께 다시 한번 더 52명의 사형수를 무기수로 감형해 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대한민국 우리 나라가 그 무엇보다도 생명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삼는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 무 백 도 웅
인권위원장 문 장 식